빛과 지하실

2005. 3. 5. 오후 2:40:51

글자
루가 복음 18장 9~14절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빛과 지하실

우리의 영혼에는 마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지하실과 같은 어둡고
그늘진 곳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온갖 종류의 죄와 욕망들이 은밀하게
감춰져 있지요. 그러나 그곳은 어둡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우리 스스로도
애써 그것을 보려하지 않습니다.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하실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캄캄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영혼 안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면 우리 안에 숨겨져 있던 더러움과 죄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은총의 빛이 더 강하게 비추면 비출수록 우리는 자신이 죄인임을 더 깊이
자각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고는 마치 오늘 복음의 저 세리처럼
“오, 하느님! 죄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가슴에서부터
진정한 탄원이 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죄를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은총이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빛이 있으니 죄가 보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은 정말로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은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강동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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