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

2005. 2. 27. 오전 9:04:13

글자
출애17,3-7
로마5,1-2. 5-8
요한 4,5-42

묵상길잡이
인간은 동물이면서 또한 신(神)이기에 '등 따듯하고 배부른 것 '만으로는 행복해 질 수 없다. 소유와 쾌락에 탐닉할수록 그 허탈함과 목마름은 더해지고, 알콜 중독과 마약중독과 에이즈의 덫에 걸려들기가 십상이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 수 없음을, 배가 불러도 가슴이 고플 때 구원이 없음을 깨닫자.

1. 이런 저런 목마름

가장 치열한 과외가 무엇인지 아세요? 나는 당연히 대입수능을 위한 과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답은 사법연수생들의 과외란다. 사법연수를 해도 성적이 시원찮으면 판사 검사로 자리잡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유치원 때부터, 아니 유치원가기 전 놀이방 때부터 경쟁은 시작된다. 그리하여 무수한 시험지옥을 용케도 통과하여 대망의 대학입시의 강을 건너기만하면 인생의 모든 문제는 만사해결인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입시보다 더욱 치열한 취직관문, 어찌어찌 해서 또 취직을 하고 나면 또다시 승진 경쟁과 퇴출압력에 시달려야 한다.

내 집 한 칸만 마련하면, 아들놈과 딸애가 대학에만 붙어준다면, 자식놈들 결혼만 시키고 나면, 만사가 걱정이 없으련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 정상에 오른 등산객처럼 숨 좀 돌리고 쉬어야지 하면, 저만치 인생의 땅거미가 드리워진다. 어느새 머리카락은 반백이고 갑자기 눈도 침침해지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의 반도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산다는 것이 허무해 보이기만 한다. 그리고 마음 한 쪽엔 그냥 이렇게 살다가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이런 사람도 있다. 몸에 걸친 옷과 패물만 해도 잘은 모르지만 천만 원은 넘을 듯 싶은데, "신부님 나는 왜 이럴까요? 모든 것이 귀찮고 남편도 자식도 좋은 줄 모르겠고, 자꾸 한숨만 나오고,  만사가 시들하고 마음이 끌리는 것이 하나도 없어예! 신경질만 자꾸 나고요." 돈도 있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애들이 말썽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무엇이 불만이냐고 물으면 꼬집어서 '이거다'하고 거론할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거울만 보면 화가 나고, 만사가 의욕이 없다. 병원에 가봐도 뚜렷한 병명이 없다. 굳이 병명을 붙이자면, '우울성 의미 상실증'이라고나 할까. 우리 주변엔 이런 사람이 자꾸 늘어만 간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막가는 인생을 살 수 있을 만큼 저속하지도 못하다.

이렇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끄자는 식으로 정신 없이 바동대며 살아온 사람이나, 남부럽지 않게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며 유복하고 호강스럽게 살아온 사람이나 언젠가 그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늘 복음의 사마리아 여인도, 여섯 번째 남자와 살만큼 바동대며 나름대로 내적 목마름을 메우기 위해 줄곧 샘물을 찾아 헤매었다. 사마리아 여인은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풍요함을 누리면서도 만사가 시들하기만 하고 짜증과 한숨만 난다는 부인에게 무엇이 약이겠는가? 나는 저 시장 바닥에서 손수레에 밀감 몇 개, 떡 볶기, 순대, 떡 라면, 싸구려 장난감 등을 팔기 위해 온 종일 소리 지르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사이를 좀 쏘다녀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정말 신나는 일을 찾고 싶거든 '무료급식소'에 가서 그릇이라도 씻고 설거지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죽음에로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다. 인간은 동물이면서 또한 신(神)이다. 그래서 인간은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만으로 행복해 질 수는 없다. 신(神)의 모습이기에 세상 적인 물질이나 소유만으로 꽉 채워지지 않는 존재이다. 아무리 더 비싸고 더 새로운 것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쳐도, 항상 현실을 앞서가는 끝없는 욕심을 다 채우지는 못한다. 1억만, 아니 10억만 있으면 하지만 항상 부족한 것이다. 설령 돈이 얼마든지 있고 무엇이든 다 해본다 해도, 인간은 그런 소유나 쾌락만으로는 완전히 채워질 수는 없는 존재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빠진 독(항아리)'과 같다고나 할까?

3. 목마르지 않는 샘은 어디에?

인간에겐 빵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쾌락으로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 예수님은 "이 물은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은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3) 하셨다. '풍요 속의 허탈' 그것이 바로 '의미 상실의 병'이다. 왜 이 병에 걸리는가? '어느 것이 이익인가?'에만 민감한 사람은 반드시 이 병에 걸리게 되어있다. 그런 사람은 이제 '어느 것이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는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적 공허와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다. 나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 누군가를 참으로 '위해주는' 사랑이 없을 때 모든 물질적 풍요와 쾌락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십자가에서 자신을 속죄의 제물로 내 놓으시고, 미사 때마다 성체성사로 밥이 되어 오시는 주님을 모시면서도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하다. 그분이 우리 안에 오셔서, 우리도 서로 밥이 되어 주라고 외치신다. 모든 한숨과 갈증을 멈추게 할 샘솟는 기쁨과 보람의 강물이 넘치게 흐를 것이다. 이기적 껍질을 벗어야 갈증이 멎는다. / 마산교구 유영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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