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이것이 가을의 전설? - 춘마 후기

2008. 10. 27. 오후 12:42:56

글자
† 찬미예수님...
 
토요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마음을 심난하게 만든다. 저녁나절엔 천둥번개까지...
몇번이나 창문을 내다봤던지...왜 사람들이 기상청을 사기청이라 하는지..피식 웃음이 나왔다.
토욜밤 10시경..억지로 청한 잠은 오지않고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다 힘겹게 새벽4시반에 기상..
간단히 된장국에 반찰밥 한그릇 후다닥 비우고...출발전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최저6도, 최고14도...출발 즈음엔 약10도 정도?... 크게 추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긴팔 런닝복에 윈드브레이크를 한벌 더 배낭에 우겨 넣는다.
 
새벽 6시20분 잠실운동장앞 줄지어 선 10여대의 대회버스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을 뚫고 등장하는 달림이들을 속속 삼키며 출발준비를 서두른다. 
새벽 6시 35분 대회장인 춘천종합운동장으로 출발....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경기도와 강원도 산하의 풍경을 비껴가며
아침 8시 10분경.... 1시간 40분만에 대회장에 도착한다.
 
약간 쌀쌀한 기온을 제외하면 달리기에는 더 없이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오히려 구름한점 찾아볼 수 없는 청명함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게 여겨진다.
춘천종합운동장 직3문 앞...전국에서 참가한 가톨릭마라톤동호회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춘천교구 신부님의 집전으로 미사와 강론...지역별 참가자 인사....스트레칭이 이어진다.
물품보관보에다 배낭을 맡기고 대회본부석 근처에 있다는 배고문님을 찾아 나선다.
 
대회시작 40분전 대회본부석옆 기자실에서 힘겹게 배고문님을 만났다.
고문님처럼 암투병을 마라톤으로 이겨낸 분들을 특집기사로 싣기위해 인터뷰를 하신단다.
특집 인터뷰에 환하게 피어오른 표정...다소 들떠 보이시는 고문님
벌써 춘천마라톤에 12번째 참가.... 하프3번....2000년이후 풀코스 9번...내년이면 풀10번째.
 
드디어 출발...초청선수들...A그룹. B..C....배고문님이 속한 H그룹에서 10:15분에 출발! 
기상컨디션은 정말 최고 만점이다..오늘은 날씨 핑계는 댈 수 없는 축복받은 날이란다.
초반 5키로는 언덕이 있기 때문에 약간 페이스가 늦어도 무난하다고 생각하며 달렸는데,
아뿔사 3키로 구간까지가 정확히 24분....Km당 8분...늦어도 너무 늦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속도대로라면? 최소한 5시간반에서 6시간 정도가 될텐데....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작년처럼 달리기만을 위한 레이스를 거절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동반주를 하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그저 지난 3여년간 한결같이 계속 마라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나자신에게 보상하고 싶었고
단풍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는 주로주변의 산하를 온몸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페이스를 맞추며 달린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 레이스였다.
나만의 페이스를 운영하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과 함께 하다보니 몸도 조절이 쉽지 않았다.
똑같은 거리를 평소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더 달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힘겨웠다.
거기다 레이스 중반부터 불어닥친 엄청난 바람...돌풍?...을 맞으며 1시간여를 달려야 했는데...
체열은 어중간히 올라있는 상태에서 맞은 맞바람은 추위를 넘어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게 했다.

10키로 지점에서 목동성당마라톤 회장님을 만나 지리한 달리기를 조금 잊고 달리게 되었다.
처음 3~4명으로 시작한 동호회가 지금 만 8년이 되어 정회원만 80여명으로 늘어났고
평소 정모에 40~50명 회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이번 춘천마라톤에만 40여명이 참가했단다.
본인은 금년초 동계훈련때 입은 부상으로 금년 풀코스는 한번도 달려보지 못해서 아쉬움을 달래느라
이번 춘마에 약 30키로까지 약7분페이스로 달리며 즐기다 가시겠다고 하신다.

20키로 지점부터 26키로 춘천댐까지 계속되는 오르막길..작년 대회 기억이 난다.
신동기 바오로 형제님과 10여키로부터 Km당 5분대로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이구간.. 정말 힘겹게 달렸었고...결국 신 바오로 형제는 30여키로 지점에서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30키로 이후부터 내리막에다 비교적 평탄한 코스다. 
보통 30키로 이후부터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기 쉬운 구간인데 배 고문님은 한결같다...
절대 걷는 법이 없다. 주변의 달림이들은 절반정도가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스트레칭을 해댄다.
 
32키로 지점에서 응원나온 가톨릭마라톤동호회 자매님들을 만난다.
여느 대회에서와 마찬가지로...그 잊지못할... 꿀물한잔...캬 ~ 바로 이맛이야....바로 힘이 나는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10Km 단축마라톤 출발!!
 
37키로 지점에선가 백발의 마라토너를 만났다. 82세의  김종주 님.. (유일한 80대 참가자 / 기록 5:36:31)
50세부터 마라톤을 시작해서 32년간 한결같이 마라톤을 즐겨하고 계시단다.
60세이상 100M 한국신기록(13초59)도 보유하고 계시단다.
82세의 마라토너와 한참을 이야기 꽃피우던 배 고문님...허리를 곧게펴고 페이스를 조금씩 높여간다.
자극을 받으셨다고...평소 75세까지만 달리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자신이 순간 부끄러우셨단다.
 
40키로 지점...어느덧 춘천시내 번화가로 접어들었다.
차량통제구간이 일부 해제되면서 도로에는 차량들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자신과의 싸움에 여념이 없는 달림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종합운동장앞..
배고문님 가족들이 스타디움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마지막 트랙을 남겨두고 기념사진 한컷.
골인이다....5시간 27분 08초....내 인생 최고(?!)의 기록이다....정녕 이것이 가을의 전설?...
고문님은 신문기자와 마지막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주로아웃을 안하신다.
빨리 아웃하시고 옷 챙겨입으셔야 할텐데...가족들과 함께 하시니 별다른 걱정은 필요 없을 듯...
 
최대한 빠른시간내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칩반납하고 배낭을 찾아서 버스를 향해 달린다.
거의 만석이 된 4시출발 차량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싣고 허겁지겁 빵과 음료수로 속을 채운다...
노곤한 몸을 수면으로 달래고 나니 저녁 7시 15분 새벽에 출발했던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한다.
짙게 어둠이 내린 서울 밤하늘이 알싸하게 느껴진다.
휴~ 정말 힘든 하루, 힘든 레이스였다. 

남은 일주일, 6일간 회복을 최대한 빠르게 해서 중앙에서도 또 도전하여야 한다.
이번에도 부상당하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향해...

댓글 14

  • 2008년 10월 27일 오후 12:56

    훈부님과 배고문님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동의 레이스 축하드립니다. !!

  • 2008년 10월 27일 오후 3:55

    두분의 가을의 전설에 깊은 우정과 감동을 느꼈읍니다.수고 하셨읍니다.아울러 본당의 날 행사에 수고하신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 2008년 10월 27일 오후 5:38

    가을의 전설과 함께 가을에 만난 사람들.. 참 좋았겠네요. 달랑 두분만 가신것이 조금은 서운했을테고...내년에는 많이 많이 참가해서 기쁨을 넓게 나눠가집시다 축하합니다

  • 2008년 10월 27일 오후 7:59

    훈부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배고문님과 감동의 레이스.....넘 수고많으셨어요.

  • 2008년 10월 27일 오후 9:08

    애 많이 쓰셨습니다~~ 춘천호반은 잘 있던가요?? 훈부장님의 감동적인 봉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 2008년 10월 27일 오후 11:33

    배고문님과 훈부님, 아름다운 동행이었군요.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을 줍니다.

  • 2008년 10월 28일 오전 12:02

    대단하셨네요. 너무 멋진 가을의 전설을 만드셨네요. 형제님 홧팅~~~

  • 2008년 10월 28일 오후 2:09

    82세 김종주님을 포함한 70대 이상 완주자가 총 23명 이군요...

  • 2008년 10월 28일 오후 3:38

    수고 하셨습니다 대단히 감동적 입니다 어려운길을 같이 뛰는것이 인생인데 ?,.....

  • 2008년 10월 28일 오후 6:44

    훈부님의 감동스런 모습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훈부님과 같이 배려와 봉사 하는 마음 잊지 않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 2008년 10월 28일 오후 7:20

    단풍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는 의암호 산하를 만끽하신 기분이 어떤가요??? 마이크대고 듣고싶어요. 수고하셨습니다.

  • 2008년 10월 28일 오후 9:59

    장하도다! 구마전사들! 나의 선배 왕고문, 나의 훈부 즈가리아! 그대들은 자신을 이겨낸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었다. 늘 푸른 그 모습으로 영원하기를 바란다.

  • 2008년 10월 29일 오전 9:55

    배고문님, 조선일보에서 아주 잘 봤습니다. 의지의 한국인이신줄 몰랐네요. ^^ 가까이서 대단한 분을 매주 뵙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훈부님의 후기도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 2008년 11월 3일 오전 10:49

    뭐하느라 이제사 보게되었네요.배고문님 훈부장 정말 장하고 감동 그 자체네요.감동적인 가을의 전설은 내가슴을 뛰게 자꾸 충동질을 하네요.

자유 게시판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