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 1호선'
1994년 5월 공연을 시작한 이후 15년째 수많은 보완과 수정을 거치면서 한국 뮤지컬의 대표로 자리 잡음. 2008년 11월 4,000회의 굿바이 공연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방진의, 김아선 등 수많은 스타 배우들의 뿌리. 1996년 서울연극제 극본상·특별상 수상, 2000년 제 6회 한국 뮤지컬 대상 특별상, 2003년 외신공로상 공연부문 수상, 2005년 파라다이스상 문화예술부문 선정, 2007년 독일연방공화국 훈장 괴테 메달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들을 보면 작품성은 있으나 재미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비평가들이 선호하는 영화나 공연이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뮤지컬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지하철 1호선’이다.
많은 관객들이 뮤지컬을 고를 때 작품성보다는 재미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대부분의 뮤지컬이 코디미적인 요소를 비롯하여 오락성에 무게를 두게 되었고, 그 결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거나 의미 있는 작품을 보는 것이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감동과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 바로 ‘지하철 1호선’이다.
자신의 약혼자를 찾기 위해 중국에서 건너온 선녀가 약혼자가 있다는 588을 찾아가면서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선녀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지하철 1호선’의 큰 줄기이다. ‘588이 어뎁네까?’라고 묻는 선녀의 질문을 뒤로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에서 ‘지하철 1호선’의 메시지가 시작되고 노숙자, 실직자, 잡상인, 외국인 노동자, 소매치기, 보험 판매원, 대학 시간강사, 사이비 전도사, 가출 소녀, 사창가 사람들 등을 만나며 서울 안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절름발이 안경은 비록 구걸을 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를 좋아하는 걸레라는 존재가 있고, 걸레를 욕하며 칼을 휘두르는 존재인 삼촌은 뒷골목의 무법자처럼 비치지만 누구보다 걸레를 아끼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인간미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일지라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누구 하나 인간답지 못한 대접을 받을 존재는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관객들은 가슴 찡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사연을 지켜보게 된다. 바로 여기에 감동의 포인트가 있다.
여러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지하철 1호선’이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웃음의 포인트’이다. 거지, 강남 복부인, 삼촌, 사이비 전도사, 잡상인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과장된 행동들과 포장마차 할머니를 비롯하여 각각의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구수한 사투리, 재치 있는 대사들은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콕콕 집어내며 공연이 지루하지 않도록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이 던져주는 웃음은 연극 라이어식의 억지 설정을 통한 웃음이 아니어서 담백하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자학하는 웃음이 아니어서 산뜻하다.
‘지하철 1호선’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기에 더욱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배우 조승우가 ‘이 작품을 통해 연기의 기초를 닦은 곳이며, 연출가 김민기는 나에게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김민기 연출의 ‘지하철 1호선’은 ‘대학로의 역사이며 한국 뮤지컬의 역사이다.’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작품이다. 이런 ‘지하철 1호선’이 올 11월 2일 4천회 파이널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연출가인 김민기는 한 인터뷰에서 남대문의 소실을 보면서 20세기의 ‘지하철 1호선’은 막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며 내년 하반기에 21세기의 ‘지하철 1호선’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20세기의 ‘지하철 1호선’을 탈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의 빠른 관람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