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아버지의 영이시다.

2014. 7. 11. 오전 4: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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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묵상
    피정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발길이 닿아 베네딕토회에 속한 수도원에 들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유럽에서 공부할 때 특히 이러한 수도원 기행의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도 그 시절에 입은 큰 복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 거룩한 전례, 고요한 성당, 차분하고 여유 있게 맞아 주셨던 문지기 수사님들, 그리고 산책과 기도의 단순한 일과 속에 지내면서 누렸던 몸과 마음의 진정한 휴식이 기억납니다. 수도원의 엄숙한 전례에 참여하고 도서관이나 일터, 정원에 머물며 고풍스러운 수도원에서 오히려 새롭고 신선한 생각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수도원에 머물 때마다 비록 이국이라 할지라도 낯설음보다는 신앙의 고향에 온 것 같았습니다. 가톨릭 정신의 원류에 도달한 것 같은 감회를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느끼는 것은 괜한 감상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베네딕토 성인은 서방 교회의 수도 생활의 규범을 정하였을 뿐 아니라 교회의 정신적 기풍을 든든히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교회의 영역을 넘어 서구 사회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세운 이로서 유럽 사회에서 널리 존경받는 분이기도 합니다. 유럽이 고대 로마 사회에서 중세 그리스도교 사회로 형성되는 변혁기의 한복판이던 6세기 무렵, 성인은 고대의 훌륭한 정신적 가치가 그리스도 신앙과 튼튼하게 결합될 수 있는 삶의 방식과 모범을 교회와 사회에 선사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을 생각하며 우리 교회의 오랜 과제인 신앙의 문화적 토착화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됩니다. 참된 토착화는 성인의 모범처럼 그리스도교의 정신적 가치가 그 사회의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형성되도록 하는 데서 완성된다고 하겠습니다. 수도원을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집’이라고 한 성인의 정신을 배우며, 한국 교회가 이 나라에 그저 ‘덧붙여진’ 존재가 아니라 복음 정신이 우리 사회와 문화의 근본정신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출처 매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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