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픔으로 주님께 얻는 교훈들...

2006. 9. 12. 오후 11:53:19

글자
정확히 언젠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 3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4년 전이었나?


이가 아파서 동네 치과에 들렀더니, 여의사가 그러대요.

사랑니가 누워서 자라고 있으니까 사랑니를 빼고

신경통을 유발하는 아픈 이 바로 옆 잇몸 안은 곪았으니까 염낭 제거 후,

이 안에 구멍을 뚫어서 뭐 이상한 걸 집어넣고 덮어씌우자구요.

제가 치과 지식에 대해 뭘 아는 게 있어야 말이죠.

의사가 제안하는 대로 무조건 예스..!를 할 밖에요.


그런데, 치료비가 예상 외로 너무 많이 들어 생활비가 바닥이 나 버렸어요.

이를 납땜 후 금이나 세라믹으로 덮어씌워야 한다는데,

그때 돈으로 최하가 25만원이라 하더군요.

수중의 생활비는 달랑 30만원만 남았는데...

하야, 이 하나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생활은 해야겠기에

그 치과에 두 번 다시 들르질 못한 채로 세월이 지금까지 흘렀습니다.

이를 잃기 전에 해 넣으러 가야지.. 해 넣으러 가야지...

생각만하고 치과에 들르지 못한 게 벌써 만 3년짼 거 같아요.

(성서는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고 원장 신부님이 수업 중에 늘 말씀하시죠.

제 글도 행간을 잘 읽어 주세요.

왜 치과에 못 들른 건지....

제가 칠칠치 못하거나 무신경한 게 이유는 아니랍니다.

제가 뭘 말하려는 건지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그 이후로 뭐가 잘못됐는지 올 8월 말쯤부터 갑자기 신경성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볼이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급기야 아침, 저녁으로 치통과 두통이 들이닥쳐 잠을 옳게 못 잘 지경이 됐습니다.

이가 뭐가 잘못됐다는 건 어렴풋이 알긴 알겠는데 병원에 가기 겁나는 거예요.


개학 후, 1센티씩 부어오르던 얼굴이 어느 날은 부어오를 데로 부어오르게 됐습니다.

오른쪽 볼이 탱탱 부은 상태에서 신학원에 왔습니다.

제 얼굴 제가 봐도 이상한데, 신학원분들한테서 직접 듣게 되니까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 접고 병원으로 뛰어갔지요.


서울대 치과에 들렀더니,

잇몸 안에 고름이 차여 오른 쪽 턱뼈도 거의 녹고 어금니 하날 잃게 됐다구요.

대개 아팠을 텐데 왜 진작 오질 않았냐고..

외양으론 멀끔해 보이는 사람이 무식하게 병을 방치해뒀을 땐...

이 분들도 사연을 짐작했겠지요.

더 이상은 말씀 안 하시대요.


고름은 마취가 안 된대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고통스러울 거라 미리 의사선생님이 제게 경고를 해주셨지만,

그래도 마취 없이 생살 찢는 고통이 그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성인인데,

비명을 지르면 안 되는 것도 알겠는데

미친 듯이 울고불고 난리를 폈지요.

의사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제게, “5분만, 이제 5분만... 딱 5분만 참으세요.”

의사도 용쓰고 저도 용쓰고...


칼로 막 헤집고 그러기를 몇 분 정도 지났을까요?

이제 입 안으로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제 눈앞에서도 보이는데

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다시 그 의사 선생님 왈...

“이제 안 아프죠?”

순간, 의사선생님 따귀를 한 대 올려 부치고 싶었습니다.


‘그래, 안 아프다. 안 아프지만, 칼 댈 때 벌써 다 아팠어.

나 쇼크 먹은 거 당신은 안 보이냐?‘ ㅋㅋ


고름의 원인이 되고 있는 건 정작 어금니 하나였지만,

잇몸 절개 수술을 한 이유는

당장 단호박만하게 부풀어 오른 제 볼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면서

고름이 멎으면 일주일 후엔 어금니를 뽑자고

잇몸 안에 고름이 자연스레 방출될 수 있는 빨대 비슷한 관 하나를 꽂아 넣으셨더군요.

그 관을 통해 고름이 차면 방출시킨다구요.

이 관 때문에 일주일동안 잘 먹지도 못하고 잘 닦지도 못하고

여하튼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만,

수술 이후로도 통증은 일주일 내내 계속 따라 붙더군요.


집에 와서 시간마다 더운찜질을 하고

자고 일어나면 먹고

또 자고 일어나면 먹고 찜질하면 자고...

물수건으로 찜질을 할 때마다 아파서 디립다 울기도 많이 울고....ㅋㅋ

그러나 이런 아픔을 통해 얻는 교훈은 많았습니다.


첫 번째는, 치통을 앓은 사람은 치통 된통 앓아본 사람만 알아준다는 거...^^

오른 쪽 볼이 1센티 정도 부어오를 때였습니다.

신학원을 오는데, 뒤에서 ‘다니엘라’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까

젬마 자매님이시더군요.

젬마 자매님한테 제가 치통 때문에 아프다고 볼을 보여드렸더니

당신도 앓아봐서 잘 아신다며 절 정말 걱정해주셨지요.

(치통 제대로 앓으면 온 몸 전체가 아프답니다.

얼굴 전체에서 느끼는 신경통은 물론이고,

갑자기 관절염 걸린 환자처럼 손뼈마디부터 시작해서 무릎관절까지

안 아프고 안 흔들리는 데가 없거든요.)

아픈 환자 입장에선 제 아픈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게

정말 속이 다 시원하더라구요.

누군가 내 아픈 곳을 들어주며 공감대를 형성해준다는 거...

치유의 효과가 있구나...하는 걸 이때 크게 깨닫게 됐는데,

오늘 마리아론 수업 때 신부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듣는 게 왜 소중한가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교훈...

의식주 기본적인 일에 주님께 그동안 감사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예 없었던 거 같습니다.

두 발로 걷고 뛰고 앉고 서고 누울 수 있다는 거,

웃고 떠들면서 먹고 제대로 소화시키고 배설할 수 있다는 거,

멀쩡한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거,

코로 제대로 숨쉴 수 있다는 거...

귀로 남의 이야길 듣고 아름다운 새소리건 시끄러운 차 소리건 사람소리건 들을 수 있다는 거...


지금 먹는 걸 제대로 못 먹고 있지만 그래도 하느님께 무쟈게 감사드릴 수 있는 건

이렇게 조금 아픈 것도 삶이 참 불편하고 눈물 콧물 흐르며 질질 짤 일이건만

만약...

만약...

더 이상 상상하기 싫지만 생각할수록 주님께 감사가 되더군요.


큰 병을 앓고 있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작은 고통이긴 하나

그래도 이 작은 고통이란 게 제 삶에 주어지니까

주님을 좀 더 불러보고 주님을 좀 더 쳐다보고 좀 더 기도하게 되고

좀 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그래서 이 고통이란 게 평소 굳어져있는 제 사고 밭을 확 일구어

옥토로 만들어주는 쟁기 구실을 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님께 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주님..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병마의 고통은 주지 마시고,

부디 건강한 몸으로 일생 살다 주님 앞에 갈 수 있게 되기를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이 자그마한 고통을 통해 신학원 형제자매님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니

신학원 가는 게 얼마나 신나고 즐겁기만 한지...ㅋㅋ


지금 이 시간...

좋으신 형제자매님들과

신학원에서 신학 공부를 하는 매 순간 순간이

저는 행복하고 또 행복하기에

제 삶은 풍성하기만 하답니다.


비록 가난 때문에 이 하나를 잃긴 했어도 수업 때 신부님 말씀처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이 가난 때문에 주님 사랑을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체험하고 가기 때문이란 거.....

인생 한 때 잘 나갔을 때는 결코 몰랐던 주님 사랑, 주님 은총을

제 삶이 낮아지고 가난해짐으로 오히려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한 주님 사랑과 은총을 가슴 깊이 체험하며 나가니까 말이지요.


아~ 오늘따라 사설이 길었습니다.

늦은 밤.. 해피하시고,

내일 신학원에서 뵐게요~~~

샬롬~^^

댓글 5

  • 2006년 9월 13일 오전 12:05

    단순히 이빨 아프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큰 사고(?)인줄은 몰랐습니다. 고통과 외로움을 항상 모두 하느님께로 수렴시키는 다니엘라 자매님이 당찬 모습으로 앞으로의 인생길을 잘 걸어나가시길 빕니다.

  • 2006년 9월 14일 오전 12:18

    아~~~대단한 일이 있었군요....용감한 다니님은 어려운일 잘 극복 할꺼예요...

  • 2006년 9월 14일 오전 11:47

    다니~~ 아프고 나더니 더 예뻐졌어요!!! 주님사랑을 체험하며 이렇게나 감사하니 주님보시기에 얼마나 예쁠까요....

  • 2006년 9월 16일 오전 12:06

    아~ 제가 수렴시키는 좋은 습관이 있었구나..하는 건 처음 알았네용^^ 그런데요, 한마리님.. 전 외롬같은 거 안타는 체질이에요. 아니, 외롬이 뭔질 잘 몰라요.^^.. 지송.. 사람 중에 외롬 유난히 타는 사람이 있던데, 전 외롬보다 사람한테서 겪는 배신감을 무서버해요. / 글라라 언니~ 제 요즘 얼굴이 얼마나 탔는데... 그래도 이뻐보였다면 사진 찍을 거라고 화장하고 간 화장발일 걸요?ㅋㅋ

  • 2006년 9월 26일 오전 11:17

    에구.. 건강이 최고에욤. 자매님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기쁨중에 생활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