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야기 120

2006. 12. 1. 오후 7:58:03

글자
맨유 성공의 키워드, '반니 대신 사하'

지난 여름, 퍼거슨 감독이 반 니스텔로이를 내칠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누가 뭐래도, 반 니스텔로이는 세계 최고의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 중의 하나. 아직 전성기를 훌쩍 넘긴 나이도 아니어서 마땅한 대안없이 그를 내보내는 것을 두고 "퍼거슨 감독의 판단력도 이제 흐릿해졌군.."이라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런 우려는 그닥 틀리지 않아서 퍼거슨 감독과 마찰을 일으켜 떠난 반 니스텔로이는 새 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여전한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반 니스텔로이의 건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재를 두고 퍼거슨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공격수의 영입 없이도 맨유는 승승장구를 달리는 중이며, 오히려 맨유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뛰어나고 안정됐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리그 성적 역시 마찬가지여서 첼시에 크게 뒤졌던 지난해 이 무렵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수치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쯤되면 조금 신기하단 생각도 들만하다. 맨유에 대체 무슨 비법이라도 있었던걸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두의 예상과 달리 주전 공격수를 새로 영입하지 않은 퍼거슨 감독의 구상. 그 중심엔, 루이 사하가 있다. 호나우두와 긱스가 지난해에 비해 한층 안정된 고품격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루니가 예년에 비해 기복이 심한데다 백업 멤버가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맨유 공격에서 가장 큰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사하다. 그리고, 사하는 자신의 가세로 변화된 팀 전술에서 감독이 요구하는 바를 모자람없이 수행하고 있다.

사하는 반 니스텔로이에 비해 결정력이 떨어진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파괴력도 부족하다. 공중볼 다툼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다시 말해 스트라이커로서의 기량이 반 니스텔로이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선수다.

하지만 반 니스텔로이에 비해 사하는 두 가지 정도의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장점들은 맨유 팀 차원에서 볼 때 반 니스텔로이보다 사하를 앞세웠을 때 더 다양한 공격과 강화된 득점력을 이끌어내는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그 장점 중 첫째는 사하가 팀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을 꼭지점으로 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공격 라인에 녹아드는 플레이를 펼친다. 자신이 항상 맨 앞에 서서 공격을 이끌기 보다는 쉴새 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동료들의 공격을 돕고 또 동료들이 자신에게 볼을 내줄 기회를 엮어낸다. 물론, 수비 가담의 범위 역시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다음은 공을 갖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다. 때로는 횡으로, 때로는 종으로 움직이며 다른 선수들이 파고 들어 슛을 날릴 기회를 만들어준다. 지난 시즌 이맘때까지 맨유가 넣은 21골 중 반 니스텔로이(10골)와 웨인 루니(5골)가 대부분의 임자였다면 올 시즌 29골은 10명의 맨유 선수가 골고루 득점포를 터뜨리고 있다. 사하의 플레이스타일과 무관하다고 말하긴 힘든 것이 사하의 공격 라인 움직임, 특히 공을 갖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을 통해 공격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들이 기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긱스와 루니를 거쳐 넘어오는 공을 상대 수비 틈바구니에서 이어받아 골을 터뜨리는 장면은 사하가 가진 장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왼쪽으로 이동하다 상대 수비를 '가림막'으로 이용해 깔끔한 골을 터뜨리는 센스는 돋보였다.


* 그림출처 : B.텔레그라프 (이 신문은 MOM으로 애실리 콜을 선정했다.)

물론, 정녕 대단한 사람은 퍼거슨 감독이다. 현재 가진 선수만으로, 새로운 선수 영입 없이 최상의 조합과 포진을 찾아냈다. 그 안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낸 사하도 뛰어나지만 자신이 가진 재료를 섞어 최고의 맛을 뽑아낸 퍼거슨이야말로 단연 맨유 질주의 으뜸 공신이다. 그리고 최근의 호성적을 가능하게 한 미드필더들의 맹활약, 특히 긱스와 호나우두의 환상적인 측면 플레이는 맨유의 최대 장점이자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만한 요소다. 게다가 중앙에서는 루니와 스콜스라는 거대한 재능의 소유자들이 버티고 있으니 상대 팀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맨유의 올 시즌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시즌은 길다. 하지만 맨유의 벤치는 너무 가볍다. 박지성과 솔샤르가 복귀한다 하더라도 허전함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다. 아마 맨유는 이번 1월 두 명 정도의 big signing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당장 주전 기용이 가능한 공격수와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당장은 교체 멤버로 활용 가능한 미드필더. 물론, 그 전에 다음달 벤피카를 꺾는게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그럴수록 박지성의 입지가 불투명해진다는 것일테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위태한 모습은 공격자원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올 시즌 맨유는 상당히 다행스럽게도 예년에 비해 부상자의 수가 매우 적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주전 선수가 한둘 부상을 당하게 되면 지금의 공격 성향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벤치의 약세가 불안하기만 하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은 (이적시장이 다시 열릴) 1월 1일이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박지성의 복귀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어쨌거나 맨유의 올 시즌은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격성을 폭발시키는 맨유의 스타일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 시점 EPL에서 가장 매혹적인 모습이다.(펌글)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루카 복음 21장29-33절)

 

준비...

댓글 1

  • 2006년 12월 2일 오전 5:18

    땅....헉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