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한 북한 핵 선언 ?

2005. 2. 23. 오전 11: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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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겨냥한 북한 핵 선언 ?

모두 중국을 본다.

핵 보유 선언은 북한이 했는데 다들 쳐다보는 건 중국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부터 챙겼다. 11일 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장과 우선 전화 통화를 했다. 14일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도 그렇다.'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게 양국의 주요 합의다. 한.미는 또 17일 중국에 특사를 파견했다. 중국더러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중국도 발벗고 나설 움직임이다.

그 배경에는 북한의 핵 선언이 한.미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중 모두 북핵에 반대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물질.기술.무기가 테러집단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 자체에 결사 반대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의 연쇄적인 '핵 도미노'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 핵 선언 당일인 10일 중국은 두 차례나 성명을 냈다. 먼저 '선언에 주목한다'와 '6자회담은 계속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왔다'는 추가 성명을 서둘러 냈다. 중점은 여기에 있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이는 '핵을 폐기하라'는 중국식의 경고다. '북한 핵무기가 확인되면 먼저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분위기다.

북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 왜 이 시점을 택했을까. 여러 계산이 있겠지만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의 방북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후 주석은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다. 이에 앞서 올해 상반기 북한부터 찾겠다는 게 중국의 방침이다.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가 실무진에서 조율되고 있다. 의제의 핵심은 '북.중 관계의 재정립'이다. 중국은 과거의 '혈맹'을 대체할 '정상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사후 두드러진 변화다. '정상 관계'의 의미는 장쩌민(江澤民)이 2001년 방북시 밝힌 '16자 방침'에 나타난다.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를 향하며 선린우호 속에 협력을 강화한다(繼承傳統 面向未來 睦隣友好 加强合作)'가 그것이다. '혈맹'은 사라지고 '전통적 우호'만 언급된다. 2003년 방북한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도 16자 방침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에 북한은 61년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상의 자동개입 조항'이 폐기될 것이란 불안을 느끼고 있다. 북한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기 전 중국과의 관계가 먼저 '정상'이 될까 두려워한다. 가장 두려운 적과 화해하기 전에 가장 친한 벗부터 잃을까 겁이 나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 선언은 6자회담을 겨냥한 협상용이지만, 중국을 겨냥한 협박용이기도 하다.

북한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정일 정권의 안전 보장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는 순간 중국에 외면당하고 그것으로 북한의 운명도 다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선언이란 강수를 택한 것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후 주석의 방북 기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중국에 제공하고 대신 중국으로부터 '혈맹' 보장과 같은 안전판을 확보하리라는 예측은 이래서 나온다. 적에게 안전을 구하기에 앞서 친구의 지원을 먼저 다지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핵 선언은 최대한 몸값 올리기다. 중국은 북한의 노림수에 어떻게 대응할까. 다들 중국을 쳐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상철 국제부 차장<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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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8 09: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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