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몇가지(퍼온글)

2005. 2. 23. 오전 11:42:25

글자
설 연휴, 북한이 핵을 갖고 있음을 공식선언함으로써, "북핵위기", 아니 "북폭위기"가 다시 찾아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도 연일 이 사태를 크게, 선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위기감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 같구요.
 
뭐 제가 국제관계 전문가도 아니고, 군사문제 전문가도 아니라서, 얘기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핵과 관련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이 잘 안가는 몇가지 것들이 있어 여러분과 생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것이니만큼 읽으시는 분들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고, 그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1) 북한의 핵 보유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핵 포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크게 반론하고 싶지는 않구요.
 
이런 생각을 뒤집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대체 저에게는 납득이 안 가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러나, 점령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고 말이죠.
 
미국이 이라크를 재침공하기 전,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가 없고,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해 UN사찰단의 대통령궁 조사까지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는 미국에게 침공당할 운명을 바꿔 놓지는 못했습니다.
 
미국이 개망신당한 전쟁이었던 베트남전, 그 베트남전의 발발원인이었던 "통킹만 사건-1964년 8월 2~4일에 통킹 만에서 미국 제7함대 소속 구축함 매덕스호와 C. 터너조이호가 월맹군의 어뢰정으로부터 아무 이유 없이 공격당한일" 또한 미국의 조작이었음을 미국 스스로가 인정한 바 있구요.
 
역사속에서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략하는 행위는 그 침략을 통해 뭔가를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하늘의 도를 어지럽혔다"든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라는 거창한 명분을 세우기는 합니다만, 그거야 다만 명분일 따름 아닙니까?
 
"명정가도(明征假道)를 거부해서 - 조선이 일본에게 그냥 길을 빌려주었으면 일본이 우리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멍청한 생각과 "북한이 미국말을 잘 들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도대체 뭐가 다른 건지 저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또한 그 군사적 행동으로 얻을 이익이 그 과정에서 지불해야 될 대가보다 크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할테고, 그렇지 못하다면 하지 않겠죠. 북한이 실제 핵을 가졌다면, 이는 미국의 군사적 행동시에 지불해야 될 대가가 더 커진다는 얘기가 되는거구요. 그렇다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 즉 "북폭위기"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 것 아닐까요?
 
어제 외국인들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1,300억원 정도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 했구요. 종합주가지수는 -1P정도 소폭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5P정도 올랐는데요, 아마, 이런 저의 생각에 동의하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2) 북한이 핵을 무기로 우리를 위협한다?
 
또 한편으로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이유로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면, 그걸 무기삼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테고, 우리는 그걸 다 들어줄 수 밖에 없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저는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현재 핵을 보유한 세계 어느 나라도 "핵"을 자신의 요구를 듣게 하기 위한 협박용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양안문제로 골치 아픈 중국도 대만에게 "핵"으로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핵"으로 후세인을 위협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패전하면서까지도 "핵"을 월맹군에 사용하지도, "핵"으로 월맹군을 위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북한만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리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북한이 지금 이 세계에 오직 하나뿐인 "깡패국가"라서 그런건가요? 글쎄요. 깡패국가라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통킹만사건을 조작하면서까지 베트남전에 뛰어든 미국이 더 깡패국가 아닌가요?
 
좋습니다. 북한은 워낙 독특한 존재라서, 다른 어떤 핵보유국도 쓰지 않는 "핵위협"을 쓸수도 있다고 칩시다. 그럼,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가만히 손 놓고 있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도 핵무장 하는 데에는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북한에 핵이 있으면 우리도 핵을 만들면 되는 거구요. 만들 시간동안에는 "혈맹"인 미국의 핵을 빌려쓰면 되겠군요.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면, 우리도 핵으로 북한을 위협할 수 있게끔 될테니, 그런 "핵위협"의 실효성은 거의 없을테구요. 그러니,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심지어, "북한이 핵을 가지는 순간 한반도는 적화통일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허황된 걱정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3) 동아시아 모두가 핵을 가지면 핵전쟁이 일어난다? 
 
북한이 절대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중의 하나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도 바로 핵무장을 하게 되고, 대만도 핵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동아시아는 핵전쟁터가 되고 말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안 좋은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핵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도 핵을 갖고 있구요. 러시아와 인접한 중국 또한 핵을 갖고 있지요. 그러나, 이 나라들간에 핵전쟁이 일어났다든지,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 적이 있었다든지 하는 얘기를 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인도와 파키스탄간에는 서로 군사적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전쟁" 가능성 조차 거론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동아시아국가들만 다 같이 핵을 가진다고 서로간에 "핵전쟁"이 일어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면전이 벌어진 것은 거의 "핵비보유국 대 핵비보유국"이었든지, 아니면 "핵보유국 대 핵비보유국"간의 일이었습니다.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전면전은 제 기억으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일본이 우리를 침략했었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저도 일본이 핵무장하는 것은 싫으니까요.
 
근데, 일본이 과거에 우리를 침략했다고 해서, 미래에 우리를 침략할 나라도 특별히 일본이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가 우리를 침략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그 가능성이 진짜 "0"% 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유독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만을 걱정하고, 미국과 러시아와 중국의 핵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이유는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의 적이 동지가 되고, 과거의 동지가 적이 되곤 하는 것이 인류 역사상 여러번 나타났던 일이고, 실제 6.25때 우리의 적이었던 중국이 지금은 최대 교역국이 되어 있기도 하니 말이죠.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오, 우리의 은인이다" 대체로 저는 인정하지 않는 편이지만, 좋습니다. 제가 양보해서 인정하기로 하지요.
그러나, 미국이 우리의 혈맹이고 우리의 은인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미국의 이해와 미국의 시각에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엄연히 우리 대한민국은 독립된 자주국가이니 말이죠.
 
"북핵위기"라는 명칭, 그리고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우리가 우리의 시각과 관점이 아닌 미국의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은 아닌가요?
 
물론 "미국위주의 세계질서"에 무작정 반대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미국위주의 세계질서속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의 상당기간도 그래야 될 겁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실은 현실로 인정하되, 생각마저 그 현실에 맞추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미국위주의 세계질서에 맞추어 행동할 수 밖에 없지만, 생각만은 우리의 관점과 우리의 시각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혈맹" 미국의 이익과 우리 대한민국이 이익이 항상, 언제까지나 같을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사족하나 : 미국의 부통령이 북한에게 비료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는군요.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미국의 요구를 들어 주게 될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현실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진정 무엇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일인가는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대충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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