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와 북핵 (중)

2005. 2. 23. 오전 11: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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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중 관계와 북핵 (중)
    정욱식(cnpk) 기자
세 차례에 걸쳐 연재될 이 글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간의 이해관계와 전략적 계산을 살펴보고, 이러한 맥락에서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며, 끝으로 미중간의 갈등과 협력 구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필자 주>

미국이 대북정책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해 미국 주도의 핵비확산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부시가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큼 성장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을 대외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핵심 전략보고서인 국가안보전략(NSS)과 핵태세재검토(NPR)의 중국 부분이다.

2002년 9월 작성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군사력은 잠재적인 적이 미국의 힘을 추월하거나 대등해지려는 희망을 좌절시킬 만큼 충분히 강해질 것이다"라고 명시해 중국의 부상을 사전 억제할 방침을 밝혔다.

또한 핵태세재검토 보고서에서도 미국의 선제 핵무기 사용이 고려될 수 있는 '우발 상황(contingency)'으로 중국의 대만 공격시를 명시함으로써, 대만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한 미국의 15개 정보기관의 싱크탱크인 정보위원회(NIC)는 최근 2020년의 세계 정세를 전망하면서 미국의 유일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중국을 뽑았다.

NIC는 전세계 1000여명의 자문을 구해 작성한 '지구의 미래지도'(Mapping the Global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미중관계를 좌우할 핵심적인 변수가 대만과 한반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대중전략의 맥락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이와 같은 대중국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

먼저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일본의 '보통국가론'을 부채질하면서 미일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 강화시키고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삼고자 하고 있다.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과 자위대 해외파병 특별법 제정, 중국을 위협으로 지목한 신방위대강의 채택 등 최근 일련의 군사대국화 조짐은 미국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대처를 "공동 전략 목표"로 삼을 것을 일본에게 요구하고 있다. 미일동맹의 공동의 적으로 사실상 중국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를 비롯한 한미동맹 재조정 역시 '지역적 역할'이라는 이름을 달고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성격을 대북 억제에서 대중 견제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실상의(virtual)'의 한미일 삼각동맹체 구축을 주창해온 빅터 차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국장으로 내정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미국은 이러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의 구체적 표현으로써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체제(MD) 체제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이미 보유하고 있고, 한국도 한국형구축함사업(KDX-Ⅲ)에 따라 도입이 결정된 이지스 전투체계를 기반으로 한 해상 MD 체제에 박차를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에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군사적 기반을 갖추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셋째,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나 (통일) 코리아, 인도, 파키스탄 등 인접국과 동맹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면서, 지정학적으로 중국 포위 전략을 추구해오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필적한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인접국과 동맹관계를 맺으면 미국을 상대로 한 반(反)패권 동맹이 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면서 이들 국가가 중국과 밀접해지는 것을 차단하고, 한미·미일동맹의 강화, 사활적 이해 지역으로 동아시아 해안대 설정,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관계 복원, 아프가니스탄 점령 및 중앙아시아에 미군 주둔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하려고 하고 있다.

1기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강경했던 이유

이러한 미국의 대중전략과 한반도 정책을 연계시켜 바라보면, 1기 부시 행정부가 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중단시키고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반사실적 가정'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때의 성과를 계승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했다면, 과연 위와 같은 청사진은 가능했을까?

만약 부시 행정부가 집권 초기에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마무리했다면, 한-미-일 삼각체제에 기반을 둔 동북아 MD는 제대로 추진될 수 있었을까? 2002년 10월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직후 협상에 나서 핵문제를 해결했을 경우,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과 미국과의 MD 협력 강화 등 일련의 군사대국화 조짐이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을까?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 단계에 접어들고 북미·북일 수교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미·미일동맹 강화 노선은 쉽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

이러한 반문들은 1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어떤 의도와 목표에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기 부시 행정부가 1기 때처럼 대중전략의 일환으로 대북강경책을 계속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미중관계,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대중정책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각별히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우선 1기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력 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에 집착했는데, 2기 때에도 이러한 관성이 그대로 유지될지가 불확실하다.

1기 부시 행정부는 북한위협론을 앞세워 MD 구축을 본궤도에 올려놓았고, 한미·미일동맹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틀을 짜놓는데 성공해 주한·주일미군의 장기 주둔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2기 부시 행정부가 1기에 비해 북한위협론의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대북정책을 유연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부시의 대북강경책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핵심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해치는 요인이 되어왔다는 점도 미국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동맹의 축인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침체기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유라시아로 경제 영역을 확대하는데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2기에도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할 경우 한국과 일본 내에서는 대미 견제론이 부상할 수 있고,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쇠퇴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중국이 미국 주도의 북한 정권교체 전략에 동의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북중동맹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미국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북중동맹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 관계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고, 이는 냉전 시대와 유사한 북-중-러 동맹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동맹·우호관계를 강화해 미국에 도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부시, 닉슨의 선택 고려할까?

따라서 2기 부시 행정부가 대북강경책이 중국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반면에, 강압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붕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경우, 대북정책에 극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닉슨 행정부가 1970년대 초에 소련을 견제·봉쇄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선 것처럼, 부시 행정부도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다. '북한위협론'을 앞세워 1기 부시 행정부가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MD 구축과 한미·미일동맹의 재편은 아직 완료되지 않는 '진행형'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위협론'이라는 꽃놀이패를 단시일 내에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2004년 12월 15일 실시된 미사일방어체제(MD)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MD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2호 미사일을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부시 행정부의 '북한위협론'에 대한 집착을 거듭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경제성장과 대만 문제 등 핵심적인 국익과 관련해 미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기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중국의 취약성을 지렛대로 활용해 대북강경책에 동참해줄 것을 앞으로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접근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위협론의 활용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중국의 영향력 및 북중관계를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보다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해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1기에 비해 2기 부시 행정부는 훨씬 복잡한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맥락에서 대북정책의 변화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기 때에는 '북한위협론'의 활용이라는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가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북한 비타협주의를 고수할 동기는 비교적 분명했던 반면에, 2기 때에는 이보다 더 많은 전략적 고려들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기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기존의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요소들을 얼마나 고려할 것인가는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충돌을 염두에 두면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면, 한국은 거꾸로 미중관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미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05/01/20 오전 9:2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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