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다음 목표는 이란?

2005. 2. 23. 오전 11: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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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다음 목표는 이란?

국제전문기자
민주주의와 자유를 전세계에 전파하고 세상의 모든 독재를 추방하겠다는 1월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마디로 민주주의 십자군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세계는 이제 어느 나라, 누가 먼저 부시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부시 자신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세 나라들 가운데 이라크를 제외한 이란과 북한이 대상에 올라와 있다. 둘 중에서도 ‘공적(公敵) 넘버 원’ 이란을 우선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주장은 부시 자신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 핵심 인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부시는 취임에 앞서 가진 17일 MSNBC TV 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 계획에 관해 국제사회의 접근을 계속 거부한다면 군사 작전을 포함한 어떤 선택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공격 가능성을 비쳤다. 이튿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이란 등 ‘폭정의 거점들’ 6개국을 거명하면서 이들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딕 체니 부통령도 취임식 당일 아침 방영된 MSNBC 모닝 쇼 프로그램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체니는 “이란은 세계의 잠재적 위험 지역 리스트에서 톱 자리에 위치해 있다”면서 이란이 유럽 국가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핵무기 개발 야망을 포기하길 희망하지만 이란 핵무기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체니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란에 대한 경고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 목표며, 미국의 맹방(盟邦)인 이스라엘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겁주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정권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거물 국제정치학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이며, 어떤 면에선 이스라엘에게 이란을 공격하라고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체니를 비판했다.

사실 이란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공격 목표였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은 이란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적(大敵)으로 생각한다. 9·11 테러 사건을 ‘새로운 진주만 폭격’으로 받아들인 네오콘은 먼저 이라크를 정복한 후 이를 발판 삼아 이란, 시리아 등 다음 목표들을 공략해 궁극적으로 중동 전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향권 안에 흡수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부시가 말한 소위 ‘대(大)중동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정치 주간지 위클린 스탠더드 편집인과 네오콘의 아성(牙城) ‘새로운 미국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회장을 맡고 있는 빌 크리스톨은 취임식 바로 전날 네오콘과 가까운 허드슨 연구소가 주최한 모임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북한보다 훨씬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천엔 문제가 따르겠지만 재선에 성공한 부시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때 마침 시사 월간지 뉴요커 최신호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군 특수부대가 이란에 잠입해 핵 시설과 군사목표에 대한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폭로했다. 또 더글라스 파이스 국방차관이 이스라엘 전문가들과 군사목표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뉴요커는 보도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시모 허시는 베트남전 당시 밀라이 학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퓰리처상(賞)을 수상했으며, 최근엔 바그다드 아브그라이브 감옥에서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학대한 사건을 폭로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허시는 미국이 이란뿐 아니라 중동과 남아시아 10개국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펜타곤은 ‘잘못된 정보와 기자의 상상’에 의해 작성된 오보(誤報)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반박하는 강도가 약할뿐아니라 “그같은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림으로써 사실상 허시의 기사를 확인해줬다. 이란 전문가인 게리 식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미국이 이란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코멘트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10월1일자 이스라엘의 진보 성향 신문 하레츠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은 펜실베니어주 칼라일 소재 국방대학교에서 이란 공격을 위한 워 게임(도상 군사 훈련)을 실시해왔다. ‘통일 탐색(Unified Quest, UQ)’이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 워 게임은 미국이 가상 적국 나이르(Nair, Iran을 뒤집은 것)과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군인·관리·민간인은 물론 외국인 참관자들까지 포함해 5백여명이 참가한다고 하레츠는 보도했다.

하레츠는 UQ 관계자들이 워 게임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부시 행정부에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줄기차게 건의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성공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군사작전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부시의 재선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백악관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고, 신중한 입장을 고집해온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온건파가 퇴진한 마당에 더 이상 꺼릴 것이 없게 됐다.

그러면 미국은 왜 이란을 공격하려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핵무기 개발이다. 현재 이란은 1천메가와트 부세르 핵 발전소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중수(重水) 공장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 중이다. 지난 10월 우라늄 농축 시설이 70% 완공됐으며, 우라늄 광석을 기체 상태의 6플루오르화(化) 우라늄으로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6플루오르화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순도 높은 우라늄이 생산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앞으로 3년 안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3~5년에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본다.

또 하나 이유는 이란이 보유한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에다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지정학적으로는 중동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21세기의 중동’으로 평가받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보고(寶庫)인 카스피해 연안국가다. 미국이 이란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면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미 발판을 마련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나라들, 그리고 우방인 파키스탄을 한데 묶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 패권국가 위치를 확립할 수 있다.

미국은 먼저 이스라엘을 동원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2백~4백개) 이스라엘은 핵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것이다. 지난 1981년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오시라크 핵 발전소를 공습해 폭파한 전력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신형 F-15 전폭기 25대와 벙커 버스터 폭탄 5천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란은 오시라크의 예를 교훈으로 삼아 핵 시설을 전국 각지에 분산시켜 견고한 지하 비밀 요새에 숨겨 놓고 있다. 따라서 한번 공격으로 파괴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오히려 반격을 당할 우려가 있다.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 샤하브 2, 3은 위협적이다. 지난 10월 사정거리를 1천5백km로 늘린 개량형 샤하브 3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란은 생화학 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날려보낼 수 있다. 또 이란에 거주하는 2만~3만명 유대인들이 인질로 잡힐 가능성도 있다.

결국 미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군은 이라크 침공 때와 같은 대규모 기동전으로 사방에서 이란을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들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미군 기지들이 사용될 것이다. 걸프해와 아라비아해 해상에선 미군 항공모함으로부터 함재기들이 쉴 새 없이 이륙하고, 순양함에선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다.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발진한 장거리 폭격기들이 이란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육군이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이란 공격에 나서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16만명 이상 발이 묶여 있다. 이라크에선 저항 세력의 줄기찬 공격으로 현재의 15만명으로도 크게 부족하다. 전사자 1천4백명에 부상자 1만명을 넘었다. 이라크인 희생자는 10만명을 넘었다. 밑빠진 독처럼 들어가는 전비(戰費)도 문제다. 지금까지 2천억달러를 썼으며, 올해 안에 1천억달러가 추가로 투입된다. 따라서 이란 공격은 이라크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미국이 1월30일 이라크 총선에 기대를 잔뜩 기대를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란은 이라크가 그랬던 것처럼 그대로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훨씬 큰 나라다. 국토는 5배, 인구는 3배 가까운 7천만이다. 군사력도 이라크처럼 허약하지 않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나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핵무기는 아직 없지만 생화학 무기를 실은 미사일은 매우 위협적이다. 특히 걸프해와 아라비아해 연안에 배치한 러시아제(製) SS-N-22 대함(對艦) 미사일은 미국 항공모함·구축함·순양함에 괴멸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이란은 외교적 대처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핵 발전소 건설을 통해 러시아와 구축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 부족이 심각한 중국, 인도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도 우호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라크 침공에서부터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유럽과는 일찍부터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유엔을 통해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유럽은 벌써부터 미국의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인 영국도 이란 공격엔 반대다.

또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이란 국내 문제다. 이란 정정(政情)은 이슬람 성직자 중심의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지식인·청년·학생 중심의 진보 세력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진보 세력을 지원해 공격에 유리한 내분(內紛) 상황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침략자 미국에 맞서 두 세력이 한 깃발 아래 뭉쳐 싸우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미군을 이라크 국민이 해방자로 환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과 이란은 오랜 악연(惡緣)이 있다. 1953년 미국은 민주적 선거로 수립된 무하마드 모사데크의 이란 정부가 석유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자 쿠데타로 전복시키고 레자 샤 팔레비를 왕으로 옹립했다. 그후 팔레비 왕조는 군과 비밀경찰 사바크를 무기로 무자비한 철권 통치를 펼쳤다.

▲ 정우량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팔레비 왕조의 폭정에 대한 이란 국민의 분노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폭발했으며, 미국은 같은 해 11월 시위대의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로 미국인 52명이 4백44일 동안 억류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은 이를 복수하기 위해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했으며, 1981년부터 지금까지 경제 제재를 계속해오고 있다.

싱거운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만약 미국이 이란을 민주국가로 만들 뜻이 있었다면 1953년 쿠데타를 조종, 지원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당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수립된 합법 정부를 쿠데타로 넘어뜨리고 26년 동안 팔레비 왕조의 무자비한 폭정을 적극 지원했던 미국이 이제는 이란에서 폭정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전파하기 위한 민주주의 성전(聖戰)에 나선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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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05-01-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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