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2012. 2. 3. 오후 12:06:33

글자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강 훈 정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구요?


   안되겠다면 도리없지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너무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


     하마트면 생각없이 쓸어버릴 뻔 했던 나방 한마리
     무서운 이 혹한에 
     바들바들 떨며 꼼지락 거리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을 벌레
     내실에 들여놓아 동거에 들어가다
     추위가 가실 때까지




   2012.2.




댓글 1

  • 2012년 3월 2일 오후 12:04

    아름다운 시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감동, 글/그림/음악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