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은 나무

2012. 2. 24. 오후 12:29:21

글자



  잘 죽은 나무
                                마 경 덕


  나무의 소원은 잘 죽는 것
  천수를 누리고 고사목이 되느니 잘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
  부활은 모든 나무의 꿈이다


  다발다발 책으로 묶인 뒷산의 산닥나무
  고집 센 산딸나무 도마는 온 몸에 칼자국이다
  비염을 앓던 오동나무 주유소 오동나무는 소원대로 거문고가 되었다
  얼떨결에 벼락맞은 대추나무도 목도장으로 태어났다
  나무들의 금기는 고로롱 팔십, 결코 지지리 궁상으로 살지 않는 것


  때 맞춰 잘 죽은 나무는 반드시 소원을 이룬다
  말구유가 된 나무는 자다깨어 빈구유에 아기를 누이고 깍뜻이 큰 절을 받았다
  가시나무는 뜻밖에 면류관이 되었고
  버려진 나무기둥은 일곱번 쓰러지며 마침내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죽은 나무들이 두려워 하는 건 못박힌 목수의 손
  흰 속살을 꺼내 반죽하듯 나무를 빚는 목수는 톱과 망치로 죽은 나무의 미래를 결정한다
  전직이 목수인 마굿간의 사내도 손에 깊은 못자국을 남겼다
  평생 못을 치다 죽은 아버지의 손에도 못이 박혀 있었다


  이천 년 전 갈보리 산에서 피흘린 그 나무
  사흘만에 부활한 ' 가장 잘 죽은 나무,
  두툼한 족보속에서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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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2012년 3월 2일 오후 12:11

    뜻 깊은 시를 접해 봅니다

감동, 글/그림/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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