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도 봄은 오고
강 훈 정
경칩이 지났어도 못 속에 잠긴 달빛이 차갑다 칼끝처럼 예리한 바람이 밤새 숲을 맴돌다 어느 산자락끝에
몸을 눕히려다 그만 빨려들 듯 숨고르기를 거듭하는 사이 먼 산 봄기운 도는 데 한밤중에 때 아닌 함박눈이다
창밖에 실개천을 바라보다 안타까워 한 잠 못이루고 뒤척이다 겨우 눈을 붙혔다 청둥오리들이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 꽃샘... 이름은 얼마나 예쁜 가, 이름 값 제대로 하려고 나무들 모두 얼려 꺾으려 하는 듯해도 외론
뿌리 담쌓인 눈 속에 홀로 품어 꽃을 피워 낼 준비를 다 했다는 것쯤은 시샘이 아니라해도 우리는 다 알고있
다, 머지않아 쓸쓸했던 산하엔 서먹한 그림자 없어지고 그토록 창조주께서 사랑하던 피조물들이 그분께서 보듬
어 피워내시는 장엄함이 울려퍼질 것이다.
어제는 꽃집에 들려 잔꽃송이가 소담하게 핀 녀석들을 커다란 화분에 한가득 심어왔다, 둘레가 제법 커서 많이
심어야 한다는 꽃집 주인의 말에 너무 배게 심으면 얘네들이 서로 부딪혀 옴짝달짝 못할 뿐 아니라 서서히 번져
가면서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들고 기껏해야 내다 볼 수 있는 것은 창밖이 전부인데 꼭 그렇게 팔아야겠다면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이 작은 승리의 기쁨, 이기고 돌아왔다,
내가 지극히 사랑하던 반디를 꼭 닮아 다시 만난 것처럼 그리움이 살짝 사라지고 하늘이 고향 인듯 포근하다
얼어붙은 땅이 마음을 녹여 줄 빈잔으로라도 되어 줄 수 없단 것을 알지만 사람들로부터도 아름다운 영혼을
들려줄 향기로움을 얻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는 것을 혼자 피어 가만히 있으면서 행복과 평온함을 주는 꽃이
참 좋다, 가지마다 눈꽃으로 피어난 함박눈이 가벼운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예까지 들린다
한 번 걸어 볼까 그냥 되돌아 와야하는 걸 알지만
201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