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5,03,24) - 주님 만찬 성 목요일

2005. 3. 24. 오전 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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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05년 3월 24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제1독서 출애굽기 12,1-8.11-14
그 무렵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이 달을 한 해의 첫 달로 삼고, 달수를 이 달에서 시작하여 계산하여라. 너희는 이스라엘의 모든 회중에게 알려라.
이 달 십일에 사람마다 한 가문에 한 마리씩, 한 집에 한 마리씩 새끼 양을 마련해 놓아라. 만일 식구가 적어 새끼 양 한 마리가 너무 많거든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을 생각하여 옆집에서 그만큼 사람을 불러다가 먹도록 하여라.
흠이 없는 일 년 된 수컷이면 양이든 염소든 상관 없다. 너희는 그것을 이 달 십사일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 온 회중이 모여서 해질 무렵에 잡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피를 받아, 그것을 먹을 집의 좌우 문설주와 문 *상인방에 바르라고 하여라.
그날 밤에 고기를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도록 하는데,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잡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께 드리는 과월절이다.
그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전국에 있는 맏이들을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조리 치리라. 또 이집트의 신들도 모조리 심판하리라. 나는 주님이다. 집에 피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너희가 있는 집이라는 표가 되리라. 나는 이집트 땅을 칠 때에 그 피를 보고 너희를 쳐죽이지 않고 넘어가겠다. 너희가 재앙을 피하여 살리라.
이날이야말로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날을 주님께 올리는 축제일로 삼아 대대로 길이 지키도록 하여라.”


제2독서 고린토 1서 11,23-26
형제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


복음 요한 13,1-15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을 잡수실 때 악마는 이미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를 팔아 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한편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 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베드로가“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주님, 그러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목욕을 한 사람은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 너희도 그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모두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 넘길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셨으므로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고 나서 겉옷을 입고 다시 식탁에 돌아와 앉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어제 차를 타고 어디를 다녀오는데 틀어난 라디오를 통해서 이런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저희들이 만난 지 일주년 되는 날입니다. 저희들의 만남이 영원할 수 있도록 축하해 주세요.’

뭐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사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연을 듣는 순간, ‘1년이 긴 시간인가?’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긴 요즘 젊은 남녀들 사이에는 한 달 기념, 백 일 기념, 일주년 기념이다 하면서 만남을 자축하는 파티가 유행이라고 하지요. 서로 만난 지 한 달, 백 일, 일주년을 기념하면서 반지도 맞추고 영원히 기억에 남길 이벤트를 벌인다고 합니다. 왜 이런 날들을 기념하고 이벤트를 벌일까요? 요즘 시대에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즉, 그동안 오래 잘 사귀면서 넘어왔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기념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예전부터 젊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은 늘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모습을 보면 그 만남과 헤어짐의 기간이 너무나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앞으로 백 일이면 오래가는 커플로 여길지도 모를 세상이 오지는 않을까요?

이렇게 쉽게 헤어지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사랑은 영원하다’는 말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들이 했던 사랑은 한 달, 백 일, 일 년의 단기간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행가의 가사처럼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고, 영원할 수가 있습니다. 단지 그 사랑의 개념 안에 다른 무엇이 들어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사랑처럼 보이게 될 뿐입니다. 특히 인정받는 사랑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내가 상대방보다 나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랑은 결코 영원한 사랑이 될 수가 없습니다. 또한 그 사랑 안에 어떤 조건이 들어있어도 안 됩니다. 나를 사랑해야 나도 사랑한다는 식의 조건 안에도 사랑은 함께 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이제 교회에서는 가장 거룩한 시간,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특별히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전례를 각 본당에서 진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례에서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발 씻김 예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을 통해서 ‘사랑이란 이것이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십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발을 씻기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것이 발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병균이 많은 곳도 이 발입니다. 따라서 가장 더러운 곳을 가장 낮은 모습으로 다가가서 씻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발을 씻기기 위해서는 먼저 몸에 지니고 있는 겉옷을 벗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야 하지요. 이렇게 사랑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이 세상의 것들과 세속적인 판단들을 벗어버리고, 가장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주님께서는 보여주십니다.

이제 더 이상 단기간의 사랑은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방법을 기억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 갑시다.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겨 주세요. 참, 억지로는 말구여...



그냥 믿기만 해라(‘좋은생각’ 중에서)

어떤 사람이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바로 밑을 작은 배로 건너게 되었다. 작은 배는 거친 급류속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그 여행객은 난간을 꽉 붙들고 서 있었다. 그의 머리속은 온갖 상상으로 가득찼다.

‘만약 이 배가 사공의 실수로 급류에 휘말린다면 어떡하지?’

그 동안 다른 승객들은 장엄한 폭포의 모습에 연신 감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때 잔뜩 겁을 집어먹은 여행객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왔다. 그 남자는 여행객이 왜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여행객의 손을 잡아 끌어 노를 젓는 사공옆으로 갔다. 그리고 사공에게 물었다.

“여기서 노를 저으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배가 뒤집히거나 사람이 다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아직까지 그런 일은 한번도 없지만 늘 조심하려고 합니다.”

사공과 몇마디 말을 주고 받은 남자가 여행객에게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혹시 노를 저을 줄 압니까?”

그러자 여행객이 말했다.

“아니오, 저는 전혀 할 줄 모릅니다.”

“당신이 저 사공보다 노를 더 잘 저을 수 없다면 사공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이 여행을 즐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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