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5,03,26) - 성토요일

2005. 3. 26. 오전 9: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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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05년 3월 26일 성토요일

오늘의 전례
성토요일에 교회는 주님의 무덤 옆에 머물러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제대는 벗겨 두며 미사는 드리지 않는다. 장엄한 부활 성야 예식을 거행한 뒤에야 부활의 기쁨이 올 것이며, 이 기쁨은 50일 동안 넘쳐 흐를 것이다.
이 날은 노자성체만 허락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청소년 문제로 인해서 한창 시끄럽습니다. 특히 일진회 문제는 현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방송 매체에서는 ‘청소년범죄예방’에 관계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대담 하는 장면을 방영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때 초청한 강사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들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비디오 등에서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장면들이 청소년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 그리고 여성들의 과감하게 노출된 옷차림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로 청소년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TV나 영화가 훨씬 개방적인 유럽의 나라에서 자란 청소년들의 범죄율이 더 낮고, 성범죄율도 낮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한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막아놓으면 그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사회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건전하게 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있을까요?

따라서 저는 그렇게 외적인 부분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집에 가면 늘 공부 안 한다고 꾸지람과 눈치뿐이고, 학교에 가선 공부 못하는 관심 밖의 아이로 취급되고 늘 불안하고 위태한 심리 상태에 있었기에 작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던 것은 아닐까요?

사실 내 마음과 정신이 맑아 평안하다면 작은 바람에 흔들릴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과 정신을 다지는 가장 기초인 장소인 가정과 학교에서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이 사회의 어떤 유혹에서도 흔들릴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성토요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밤, 주님의 부활을 기쁜 마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이 기쁨을 위해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써 기초를 닦아 놓으셨습니다. 최대한의 낮춤, 그리고 최고의 사랑으로써 우리들이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기초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이 세상의 유혹에 쉽게 넘어갑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님께서 기초를 만들어 놓으셨지만, 그 주님을 제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지에서 매일 기도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닮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갑자기 화가 나는 것입니다(아마 배가 고파서 그런가 봅니다. 어제 모두 배고프셨지요? 성금요일에 한끼는 단식해야 하니까요. ㅋㅋ). 거룩한 성주간에 이렇게 노가다나 하고 있는 제 자신에 대해서, 특히 이런 모습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지쳤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전화가 울려 퍼졌습니다. 어떤 신부님의 격려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도움도 주시겠다는 것이었지요. 또한 많은 교우분들이 성지 보수하는데 쓰라고 후원금을 전해주셨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저 혼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시는 주님과 이웃들을 제 마음 속에 모신다면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었을 텐데, 오늘 아침에 저는 제 자신만을 마음속에 두었기에 그렇게 힘들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 밤의 큰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서, 내 마음을 다시 새롭게 채워야 하겠습니다. 주님과 내 이웃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말입니다. 주님께서도 그렇게 다짐하는 우리들을 돕겠다고 하십니다.


부활을 맞이하여 새로운 시작을 해봅시다. 사랑의 생활을....



진실보다 아름다운 거짓말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무엇하나 줄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넘쳐 흐르는 사랑이 있었지요.

어느날 그런 그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덮쳐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알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지요.

그렇게 누워있는 아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남편은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날을 골똘히 생각하던 남편은 마침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를 속이기로 한 것입니다

남편은 이웃에게 인삼 한 뿌리를 구해 그것을 산삼이라고.... 꿈을꾸어 산삼을 구했다고... 아내에게 건네 주었지요.

남편은 말없이 잔뿌리까지 꼭꼭 다 먹는 아내를 보고... 자신의 거짓말까지도 철석같이 믿어주는 아내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삼을 먹은 아내의 병세는 놀랍게도 금세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기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아내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의 건강이 회복된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미소를 띄우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인삼도 산삼도 먹지 않았어요. 당신의 사랑만 먹었을 뿐이에요.

세상에는 진실보다 아름다운 거짓이 있습니다. 거짓도 진실로 받아 들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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