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가난한 사람들 /최민석 신부

2014. 11. 3. 오후 4:27:58

글자

복음 : 마태 5,1-12ㄴ

 아나빔anawim은 가난한 사람을 뜻합니다. 
지독하게 가난해서 하느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기댈 사람조차 없는 처지이며 
세상의 가장 끝자리에 있어서 겸손이 뼛속까지 스며있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는 기댈 곳이 없는 그들이기에 오히려 깊고 고요한 숲 속에 숨겨진 맑은 샘과 같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믿을 수 없기에, 세상에 기댈 곳이 없기에 기대하는 바도 없고, 희망도 없어 보이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모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마음은 온통 하느님께서 차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하신 것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그들이, 가진 이들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하느님의 선물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망상가가 아닙니다. 진실하고 현실적인 분이십니다. 
자신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살던 그들에게 
예수님은 인간의 어떤 권위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분이 그들의 아버지고 
그 아버지가 사는 곳이 그들의 나라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버지가 되어주시겠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현실인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모든 불편과 고통을 참아내고 후세에서나 복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아버지가 되어주신다는 것은 손에 쥔 것이 없어도 두려울 것이 없고, 
백이 없어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나를 지켜봐 주시고 나와 함께해 주신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용기이고 우리의 뒷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불안하고 힘든 것은 아버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참으로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으로서 날마다 하늘 ‘아버지’께 의탁하고, 
모든 것을 그분께 바라며 그분으로 충분한 삶을 사셨던 것이지요. 
예수님의 하느님 아버지 체험이 오늘 우리에게 행복선언을 말씀하시게 한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 체험이 없으시고야 어찌 감히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가난한 사람, 하느님 한 분만을 바라고, 하느님 한 분만을 찾으며, 하느님 한 분만으로 충분했던 사람. 
아, 예수님! 당신의 그 마음이 바로 ‘가난한 마음’인 것을! 
주님,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라는 것이 적어지겠지요? 
마침내 당신처럼 저도 그분만을 바라고 그분만으로 충분함을 고백하게 되겠지요? 
그날에 제 마음에도 하늘이 온전히 들어와 당신과 함께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라고 증언할 수 있겠지요?
최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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