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을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글 이훈식

2005. 5. 18. 오전 7:56:41

글자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쑤셔 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이훈식 / 누굴 사랑 한다는 건




지친몸을 끌어 안고 들어와

무너지듯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문 걸어 잠그는걸 잊고 잠이 들었나봅니다.

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서늘함의

끝자락에 숨어 들어 온 그리움들이

자기 자리인 양 어느새 침상 위에 올라 앉아 있었습니다.

목까지 치미는 울음을 참느라 가슴은 굳어만 갔습니다.

결국엔..

이기지 못한 눈물이 얼굴 위를 흘러 내렸습니다.

말라붙은 눈물자국 위를

새로운 눈물이 여전히 또 흘렀습니다.

나의 설움이 이 울음으로 조금이나마 가라앉기를..

그것만 바라며 울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나 혼자서 끊어 버리려는 인연에

그대는 어린아이가 되어 내게 심술이라도 부리나 봅니다..

그래서 좁은 문 틈사이라도 비집고 들아와

방안 이곳 저곳에 그리움을 흩어 놓은 것입니까..

무너지는 억장을 움켜쥐며 또 한 번 다짐을합니다..

다음에 흐를 눈물은 지금 보다 서럽지 않을 수 있다고..

또다시 울게 된다면 지금 보다 흐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그렇게 헤어짐을 다짐하면 머지 않아 그대를 잊을 수 있다고...


그대를 조금만 욕심을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그리워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원망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대를 조금만 사랑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랬으면 나도 조금만 아파하다 말았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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