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에

2012. 3. 23. 오전 11:50:05

글자

어느 봄날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그 사이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외딴 곳에서도 삶과 죽음너머

영원에서 왔을 햇살이 여전히 비치면

어느 낯선 이가 담벼락에 기대어

따스한 봄을 평화로이 들이마시고 있다

흘러가는 것이 구름인지 바람인지

알 수 없는 어스름 새벽에

내 오랫동안 만나온

익숙한 사람들은 떠나가고

외면하며 살아온 낯선 사람의 모습조차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떠남이 새로운 만남을 이끌듯

죽음도 생명의 연속이던가

그래서 모든 시작과 끝이

함께 살아가는 다른 모습인가 보다

마치 시린 겨울을 오랫동안 견뎌낸 나무가

푸른 생명의 새 잎을 잉태하듯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떠나

낯설고 험한 곳으로 향하는 일이다

때론 그곳에서 버려지고

외롭게 사라져 간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대지의 넉넉한 사랑과

하늘의 깊은 평화를 담아

이 봄날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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