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그 사이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외딴 곳에서도 삶과 죽음너머
영원에서 왔을 햇살이 여전히 비치면
어느 낯선 이가 담벼락에 기대어
따스한 봄을 평화로이 들이마시고 있다
흘러가는 것이 구름인지 바람인지
알 수 없는 어스름 새벽에
내 오랫동안 만나온
익숙한 사람들은 떠나가고
외면하며 살아온 낯선 사람의 모습조차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떠남이 새로운 만남을 이끌듯
죽음도 생명의 연속이던가
그래서 모든 시작과 끝이
함께 살아가는 다른 모습인가 보다
마치 시린 겨울을 오랫동안 견뎌낸 나무가
푸른 생명의 새 잎을 잉태하듯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떠나
낯설고 험한 곳으로 향하는 일이다
때론 그곳에서 버려지고
외롭게 사라져 간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대지의 넉넉한 사랑과
하늘의 깊은 평화를 담아
이 봄날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