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김밥을 좋아 하시나요?

2008. 4. 16. 오전 9:54:18

글자

당신은 김밥을 좋아하시는지요. 나는 김밥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김밥을 좋아하는 건, 아마도 사람들 가슴속에 소풍이라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김밥을 만들 때 김밥 속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치자색 단무지와 계란, 분홍색 햄, 초록색 시금치나 오이, 주황색 당근… 치즈가 들어가면 치즈 김밥, 참치가 들어가면 참치 김밥, 소고기가 들어가면 소고기 김밥.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니까 김밥 속은 앞마당의 꽃밭처럼 화려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김밥속이 화려해지면 화려해질수록 김밥은 빨리 상해 버림 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 사는 곳도 꼭 김밥 속 같습니다. 삶이 화려해질수록, 그 사람의 영혼도 빨리 상해버리니까요. 화려해지고 높은 곳에 오를수록 사람들은 낮아질까 봐, 초라해질까봐 늘 불안해하니까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과 나 늘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말기로 해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만 받겠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꿈이 너무 많은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불 하나를 켜면, 별 하나가 멀어지니까요. 당신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나도 조용히 불을 끄겠습니다.당신과 나는 들꽃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을 피워야만 사랑을 받는 장미는 되지 말고 언제 꺾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백합도 되지 말도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피고 지는 들꽃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아름답게 흔들릴 줄 아는 들꽃 아무 곳에서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는 그런 들꽃 말입니다. 제비꽃, 달맞이꽃, 패랭이꽃, 자운영, 애기별꽃, 양지꽃, 질경이꽃, 며느리밥풀꽃, 바람꽃, 은방울꽃 … 들판 가득 엄마의 눈물처럼 피어 있는 이 꽃들은 여치 울음소리 개구리울음소리를 들으며 제 영혼의 키를 키울 줄 아는 들꽃이랍니다. 보슬보슬한 흙 위에서 누워 밤하늘 북두치성을 바라보는 눈빛 맑은 들꽃이랍니다. 당신은 어떤 꽃이 되고 싶은 신지요. 당신 가슴속 앓이 앓이가 꽃이 될 거라 믿겠습니다. 당신과 나, 강물보다 짧은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부디 눈비 뿌리는 날에도 당신이 따순 밥처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나, 당신 곁에 늘 머물겠습니다. 가슴으로. 눈빛으로. 소리 없이. 환하게

서울 대교구 사회사목 이계찬 (세례자 요한)신부

 

댓글 1

  • 2008년 4월 16일 오후 9:51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랑의 샘 자유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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