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에 / 김소월

2005. 11. 8. 오후 11:32:37

글자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간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높이 잦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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