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신부 -
노예와 종은 둘 다 부정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누군가에 의한
종속상태냐 아니면 스스로 낮춤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납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노예는 여러 가지 이름, 형태로 있어 왔습니다. 아주 심할 때는
모든 자유가 주인에게 속해 있어서, 심지어는 ‘죽는 것도 주인 맘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모습은 달라도 요즘도 노예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동현장 체험을 하신 어느 분은,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는데 심지어는 점심밥도 서서 먹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이주노동자가
하소연을 하길래 기숙사에 가 보니, 아주 작은 단칸방에 세 명씩 밀어넣은 것을
보고 ‘교도소보다도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에 의한 종속,
예속상태는 하루 빨리 벗어날수록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낮춤을
표현하는 ‘종’의 자세는 누구나가 가져야 할 겸손의 모습입니다.
동방교회와 로마교회가 우위권을 놓고 논쟁을 하던 시기의 일입니다.
동방교회에서 로마교회의 우위권과 맞먹는 우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당시 교황이신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나는 종들의 종일 따름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그의 겸손이
존경을 뒤따르게 하였습니다.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는 세상의 노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님의 종이 되는 것을 택하셨습니다. 그러하기에 마땅히
‘하느님의 어머니’로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