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선발 대회 - 민경철 신부님

2006. 12. 8. 오후 5:13:35

글자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2006.12.8.금

 

루카 복음 1장 26-38절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미인 선발 대회      민경철 신부
국가적인 행사라고 알고 있었던 ‘미스 코리아’부터 시작해서
각종 미인 선발 대회가 참 많습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서 이에 합당한 최고를 뽑으려고 하겠지요.
하느님의 아들이 오실 때도 미인대회가 있었습니다. 기준은 하느님의 아들의
거처가 되어야 하기에 참으로 깨끗하고, 순수하고, 거룩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천상의 신하들이 아름다운 외모와 재력과 갖가지 재주를 가진 여인들을
추천했겠지만 하느님께서는 미리부터 점찍어 놓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얼굴은 태양빛에 그을렸고,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지만 어릴 적부터
당신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했고, 모든 이에게
따뜻함을 간직했던 시골처녀였습니다. 단 한 번도 하느님의 은총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여인이었지요. 당신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발산하고 있던 이 여인에게
미인대회 왕관을 씌워주신 것입니다. 왕관에 ‘원죄 없이 잉태된 동정녀’라고
적혀 있었지요.
 오늘을 충실히
창밖은 흐리고 무겁다. 눈이라도 내릴 양인지 희뿌옇게 낮게 가라앉았다.
딸과 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막내 이야기도
제 아빠 사나운 성질 이야기도 하면서, 그리고 지난날을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웃는다. “눈이 올까?” 그러나 내 딸도 이제 눈이 낭만적이기만 한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운전이 불편하고 아이들이 돌아오기가 어렵고 녹아 질척거리는 것까지를
생각하는 나이에 이른 모양이다. 나는 혼자 생각한다. 저 아이를 낳고 너무 잠을
안 자고 보채서 누가 달라면 얼른 주고 싶을 만큼 졸렸던 때를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저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생각한다. 그것은 저 아이에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아빠를 만난 이야기, 그래서 아이를 낳은
이야기를…. 그러나 그 아이가 두 아들을 낳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태희는 마음이 약하고 무서운 것을 참지 못하는 연약한 아이므로
제 엄마가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 아이는 지금도 모든 궁금증을 꼭 참고 대화 중에
어색한 부분에서는 화장실을 가버린다. 나는 안다. 그 어색한 부분에서 엄마가 상처라도
받을까봐 이야기의 방향을 돌린다는 것을. 그러나 내 딸 태희가 서서히 여자로서 중년을
넘고 두 아들이 기둥처럼 우뚝 설 때 남편과 한 가정을
이루어낸 승리감을 갖기를 바란다. 지금은 충격적일 만큼 악을 쓰고 아이들을
야단치며 살고 있지만, 나는 그것이 바로 여자가 어머니로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을 안다. 이 악쓰는 순간에도 꽃피는 사랑이 넘실대고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잊지만 않는다면 좋겠다. 여자는 몸에만 자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에도
자궁이 있어서 한 가정의 모든 생명력을 어머니가 만들어간다는 것도
잊지 말기를. 태희야, 오늘을 의미 있게 보내라. 내일은 생각하지 마라.
오늘을 충실하게 살면 네 미래는 행복으로 가득할 것을 나는 믿는다.
신달자 | 문학동네 |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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