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선교[하유설신부님]

2006. 12. 4. 오전 9:54:29

글자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하유설 신부(메리놀외방전교회) -

 

◆선교에 대한 오늘의 복음 구절에서 제자들은 온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은 복음선포에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며 함께하시는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마르코복음은 우리 모두를 선교로 초대하는 아름다운 끝장면을 보여주는데 흥미롭게도 두 군데 나온다. 첫번째는 16,1-­8로서, 여인들이 무덤이 빈 것을 보았고 흰옷을 입은 젊은이에게서 예수님이 부활하셨고 이를 제자들에게 가서 전하라는 말씀을 들었으나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달아났다. 덜덜 떨면서 겁에 질렸던 것이다. 그들은 두려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끝을 맺는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는 두번째 끝맺음과 매우 다르다. 용기있고 성공적인 선포가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을 보여주는데, 사실 우리의 삶에는 이 두 가지 면이 다 있다. 선교는 우리 안에서 전율이 확신으로, 두려움이 용기로 바뀔 때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선교는 우리 자신과의 투쟁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려서 신부가 되려고 생각은 했지만 신학교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 되던 1969년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5년 정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전부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두려웠고 당황하게 되었다. 어떤 분과 함께 성령쇄신기도회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예수님의 기쁜 소식, 성경에 대한 관심, 공동체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신부가 되고 싶어 메리놀회에 들어갔다. 나에게 선교는 두려움과 당황과 대면하며 극복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어떤 형태로든 선교사이다. 어떤 이는 국경을 넘어서 선교사로 가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다른 사람과 우리 사이에 있는 장벽을 넘어서 가족 안에, 공동체 안에, 직장·사회 안의 장벽을 넘으려는 선교사이다.
이제 대림절에 더 깊이 들어가면서 내 인생에서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자. 무엇이 두렵고 걱정스러운지?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듣고도 기쁨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여인들처럼 나에게도 기쁨으로 응답하지 못하는 장벽·집착·고정관념이 있는가? 다른 이의 아픔에 응답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은 무엇일까? 때로 이러한 집착·고정관념·두려움을 의식하기만 하면 우리를 지배하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것에서 벗어나야 우리는 마르코복음의 두번째 끝맺음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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