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수호자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대축일 2006.12.4.월
마르코 복음 16장 15-20절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선교 택시 민경철 신부
택시를 탔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무당집입니다. 십자고상, 성모상은 기본이고
성경 말씀들이 이쪽 저쪽 공시디에 붙여져서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광신자’를 만난 셈이지요. 천주교에 대해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계셨는데,
앞에 달려 있는 거울로 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제 신분을 알아챈 모양입니다.
“신부님 아니십니까? 진작 말씀하시지. 신부님 앞에서 문자 쓰지 않았습니까?
창피하게 왜 이러셨습니까?” 신부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다짜고짜
선량한 신부를 나쁜 사람 만들더라구요. 그러더니 택시 안을 이렇게
꾸며 놓은 것도, 자신이 신앙 공부를 하는 것도 다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선교란 것이 특별한 곳
어디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말이죠.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 하신 주님 명령을 말씀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그에게 ‘선교 택시’라고 이름 지어주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일
옆집 요양원의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 어디 가시냐고 여쭈어보았더니 찜질방에 초대를
받으셨단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외에는 모두 함께 나가신다고 하셔서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내 볼일을 보러 갔다. 그런데 성당 앞을 지나가다
두리번거리시며 누군가를 찾고 계시는 안나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왜 혼자
그러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잠깐 성당에 가서 예수님과 성모님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왔는데 아무도 없다고 하신다. 약속한 시간에 약간 늦었는데
무정하게도 차는 떠나버렸던 것이다.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닌데 내가 너무
아쉬워서 예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안나 할머니에게 “다음에는 성당에
안 들르셔도 예수님이 다 아시니까 꼭 시간을 지키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께서 “이렇게 됐으니 누워 있는 할머니들에게 기도해주러 가야겠구먼”
하신다. 찜질방에 가지 못한 원망은 하나도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할머니들 위해
기도하러 가시겠다는 안나 할머니의 넓고 깊은 마음이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안나 할머니는 찜질방을 가는 것도 기도하러 가는 것도 따로
구분 짓지 않고 다 예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 짓는 일에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는데 안나 할머니는 구분 짓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안 좋은 거라고 가르쳐주시는 듯했다. 안나 할머니는 늘 팔을 벌리고 기도하신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에 성당에 가셔서 예수님 성모님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신다. 요양원의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시지만
안나 할머니는 유독 내게 자주 사랑이 무엇인지 기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상기시켜주신다.
박 엘카나 수녀 | 강원도 고성군 용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