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대림 제 1 주일. ‘삶품’을 팔자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3. 오후 11:09:34

글자

다해 대림 제 1 주일.

2006. 12. 3.

토평동.

예레 33, 14-16.

1데살 3, 12-4,2.

루가 21, 25-28.34-36.

여러분, 사랑 고백하신 적 있으시죠? 프로포즈.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단어입니다. “사랑해요” 이 말을 하기 위해 몇 번을 되뇌였을 때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할 때까지…. 그 설레임은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합니다.

대림시기. 이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대림이란 기다림이란 이야기인데, 바로 나의 님을 기다리는 것이고, 내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고백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멋과 맛이 없죠. 그를 위해 준비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내 마음으로든, 내 행동으로든, 준비하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주님을 만난다는 것, 그 삶은 궁극적으로 세상 끝 날에 이루어질 것이지만, 우리는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례를 준비하며 그 삶을 앞당겨 살아갑니다. 대림시기 동안 우리의 사랑을 고백합시다. 늘 주님을 사랑하지만, 그 시기는 중요하고 축복의 시간입니다. 내가 늘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생일이나 축일이면 더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 주임 신부님께서 가정방문을 하시고 계십니다. 가정을 축복하기 위해 분주하신 신부님의 모습이나 그 축복의 기도를 받으려고 준비하는 교우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가정을 방문하시면서 느끼신 것이 ‘교우들의 가정을 꾸민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라는 것이었답니다. 같은 구조라고 하더라도 다 다른 모습이죠. 우리는 각자 다른 집에서 살고 있듯이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도 각자 다르죠.

가정 방문을 할 때 그 신부님을 모시기 위해 분주합니다. 전에 개신교 교우가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면서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목사님이 신방을 오신다기에 자신의 머리를 새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이 그 교우의 머리를 보러오는 것은 아닐텐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혹자는 ‘아니 있는 그대로,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그럴싸한 말처럼 보이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가까운 사람이 오더라도 방을 치우는데, 목사님, 신부님이 오시는데 그냥 맞겠습니까?(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죠.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머리 한 번 더 만지고, 얼굴 상태를 다시 한 번 보고….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만약 그렇게 준비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미 그 마음은 식은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의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루카 21, 34)고 하십니다. “방탕, 만취, 근심”(루카 21, 34)이라고 표현한 것은 세상의 것 속에 예수가 묻혀 버리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상 속에 살다보니 예수님이나 세상이나 그게 그것이 삶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설레던 그 마음이 물러져 버린 것이죠. 그 마음이 되도록 방치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대림시기에 이 말씀을 듣는 것은 설레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죠. 신부님 축일이면, 사랑하는 사람 생일이면,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선물로 뭐가 좋을까 ‘발품’을 팔던 것처럼, 대림시기에 그렇게 ‘삶품’을 팔자는 것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설렘의 시간이긴 하지만, 인내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때론 아픔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행복일 수 있는 것은 희망 때문입니다. 긴 시간의 기다림 속에서 그 무엇인가를 얻는 기쁨일 수도 있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단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보고 싶기 때문에.

여인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열 달을 기다렸던 삶을 기억합니다. 예수께서는 비유를 통해서 산고의 고통이 있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큰 기쁨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때를 맞기 위해, 당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30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내 사랑이 이런 것이라고 말로, 몸으로, 고백하기 위해 30년을 기다렸고, 그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은 남김이 없죠. 내일 이만큼 고백하기 위해, 사랑엔 단계가 있다고 해서 오늘은 이만큼만, 이렇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남김이나 다음이 없습니다. 그저 오늘 내 사랑을 다 소진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죠. 그러나 그러기 위해 기다림의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기다리며 말씀을 들읍시다. 사랑하면 모든 게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로 들리죠? 환청, 환시, 모든 게 다 내 사랑입니다. 그것처럼 전례에서도, 세상의 삶 속에서도, 모든 게 주님으로 보이고 들리길 바랍니다. 과일이 익어가는 시간이 있듯이 우리가 지금 듣게 되는 말씀도 익어가는 시간이 있습니다. 대림을 시작하며 들은 말씀이 익어가며 성탄의 기쁨으로 열매 맺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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