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대림1주일2006.12.3.바쁘게 허둥대는 삶이 깨어있는 삶은 아니다.-유영봉 신부님

2006. 12. 2. 오후 12:28:20

글자
대림 제 1주일(다해) 예레 33,14-16; 1테살 3,12-4,2; 루가 21,25-38. 34-36

= 바쁘게 허둥대는 삶이 깨어있는 삶은 아니다.

묵상 길잡이 : 전례력으로 새해(다해) 첫날이다. 아무 준비 없이 기다리는 것은 참된 기다림이 아니다. 그러나 바쁘게 바동그리며 정신 없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것이 참으로 깨어 있음은 아니다. '주님 안에, 주님과 함께 함' 이것이 참으로 깨어있는 방법이다. 내 안에 들어가서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자.

1. 세상 종말은 무서운 파멸의 날인가?
세기말(世紀末)이 되면 항상 "세상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외침과 그런 것을 떠들어대는 여러 사상이 판을 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요즘은 1년이 옛날의 백년 못지 않게 빠르게 변화하고 불안하다보니 세기 말이 아니라도 근원적인 가치전도와 변혁을 꿈꾸고 외치는 종말 현상이 끊일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희망도, 더 이상 절망할 것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은 맷돌처럼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자학적인 원한을 쏟아내는 이들이 우리 사회엔 그만큼 많은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이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루가21,25ㄴ-26)고 하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죄 많은 우리들은 오금이 저리고 그저 무서운 생각부터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참 신앙인이라면 세말(世末)이라는 말만 들으면 무조건 자지러지기부터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세말의 진정한 의미는 '비극적인 파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있기 때문이다. 세말의 대 재난은 완성을 위한 진통이요, 정화의 과정일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가21,28)고 하시는 것이다.

2. 주님의 세 가지 오심
우리는 대림절을 맞으면서,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님이 해마다 또 오시는가?"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면서 해마다 그냥 기념하는 것이려니 생각한다. 이에 대해 성 베르나르도께서는 "첫 번째 오심은, 말구유 위에 나약한 육신으로 오심이고, 두 번째 오심은, 마지막 날 재림 시에 영광과 위엄으로 오심이며, 첫번과 마지막 사이의 세 번째 오심은, 영(靈)과 권능으로 오심이다."고 하셨다.(대림 제1주간 성무일도 제2독서 참조) 그러므로 주님은 지금도 재림 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남이 계속되다보면, 친구를 더욱 새롭게 알게 되듯이, 우리도 신앙의 여정에서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주님의 은총에 눈뜨는 그만큼 새롭게 주님을 만날 수 있다. 그러기에 해마다 맞는 대림시기는 주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며, 성탄도 단순한 2000년 전의 첫 성탄의 기념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님의 재림은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재림은 계속되고 있기에, 우리가 사는 이 역사의 시간은 종말(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가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그 시간'은 참으로 예상치 못한 때, 바로 오늘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이 우리의 삶 속에 항상 함께 하고 있듯이 재림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숙히 와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시간 속에서 영원을 희망하며 사는 우리 그리스도 신자의 삶의 차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깨어 있어라."는 말씀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3. 바쁘게 허둥대는 삶이 깨어 있는 삶은 아니다
일찍이 우리 국민들이 적이 아니면, 동지라는 식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라 이렇게 극명하게 분열되었던 때는 없었다. 소위 대선 주자들은 일회용 당을 또 만들고, 철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도 이어질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며 끝간데 모르게 치솟는 요즘,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생들은 신발이 닳도록 쏘다니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깨어 있어라."는 말씀을 들으면 이렇게 눈을 부릅뜨고 바쁘게 뛰는 사람들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허둥대는 삶이 바로 깨어 있는 삶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하느님 보시기에 나는 어떤가?"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 몫을 다하고 바로 서있는가?" 하는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이는 '바쁜 삶'은 곧 허둥대는 삶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도의 시간을 갖고 그분과 함께 계획하고 그분과 함께 매일을 가꾸어 가는 삶이 참으로 깨어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조용히 주님 안에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자. 그리하여 언제나 '그분 앞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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