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림1주일2006.12.3.나는 누구를(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는가? - 류현수 신부님

2006. 12. 2. 오후 12:27:27

글자

인간은 기다림 속에 살아갑니다.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기다림을 채워가고, 또 기다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다림’에는 기다리는 사람의 ‘온 마음’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를,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며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과 인생길이 달라집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님의 침묵」, ‘군소리’)

내가 지금 ‘기룬 것’(‘그리워하다’의 옛말, 그리워하고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모두 ‘님’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나는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며 애타게 찾는가?’, ‘누구를 기다리며 살아가는가?’ 라는 질문은 ‘나의 님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같은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애써 기루는 님은 누구입니까? 혹 무엇입니까? 내가 돈만을 애타게 찾으며 살아간다면, 나의 ‘님’은 ‘돈’입니다. 내가 권력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나의 ‘님’은 ‘권력’입니다. 그러나, 힘과 권력으로 남을 지배하지 않고, 예수님처럼 섬김의 삶을 살아갈 때, 나의 ‘님’은 ‘섬김’입니다.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예수님처럼, 그 생명 충만한 삶을 추종하며 살아간다면, 나의 ‘님’은 ‘생명’이고 ‘살림’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벗이 되신 예수님의 삶을 모방하며 살아간다면, 나의 ‘님’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워하고 갈망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섬김의 삶’, ‘살림의 삶’, ‘사랑의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있어라.”(루가 21, 36)

주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늘 준비하며 살아가라는 말씀이지요. 자신만을 향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이웃을 향하려고 매순간 결단을 하며 살아가라는 말씀이지요. 그래서 우리의 님이 ‘돈’, ‘권력’, ‘힘’이 아니라, ‘살림’이고, ‘섬김’이며,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립니다. 제대 앞에 ‘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촛불 하나를 밝힙니다. 이 촛불처럼 우리네 삶이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님’이 예수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류현수 프란치스코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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