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나라를 허락하소서! - 하성호 신부님

2006. 12. 2. 오후 12:24:52

글자

연중 제34주간 금요일(묵시 20,1-4.11-21,2/ 루카 21,29-33)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증언은 대게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시체 되어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영혼이 바라보는 것으로 죽음은 시작 된다고 합니다. 영혼은 자신의 육체를 통해 행한 일생의 모든 행위들을 일순간에 바라보게 되는데,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자신의 죄들이 상세하게 나타나게 되고, 그 순간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는 나무 잎이 돋자마자 이내 여름이 가까이 오듯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경대 병원에 봉성체를 다녀왔습니다. 암으로 투병 중에 계신 분에게 성체를 모셔드리고 위로를 해드리면서 병은 고통스럽지만 다른 한 편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게 하는 것임에도 틀림없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죽음의 병은 지나온 우리들의 삶을 깊이깊이 성찰하게 만들어줍니다. 질병의 고통은 건강할 때 우리가 주님의 은총을 얼마나 많이 받고 살았는지를 깨닫게도 해줍니다. 그래서 이 모든 시간과 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그분과 약속을 하고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병원이 설립된 이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질병의 치유를 받았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겠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병원에서 자신의 질병의 고통을 통해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을 깨닫고 영혼의 치유까지 받았겠습니까! 영혼의 치유를 받았다면 지금 살아있건 이미 주님의 품에 안겨있건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다른 한 편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병의 고통을 소중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짜증과 불안 속에 헛되이 버리고 말았겠습니까!
오늘 독서는 죽은 이들이 자신들의 행실대로 심판을 받는 장면을 말씀해 주십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님께서 선사해주신 시간의 순간들을 사랑과 거룩함의 시간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그 시간들을 죄악의 시간으로 탕진해버림으로써 무서운 멸망의 시간으로 허비해버립니다. 죽음의 순간에 자신의 흉측했던 죄악상들을 자신의 영혼이 바라보게 된다는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분들의 증언을 오늘 독서의 말씀에 비추어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이 시간을 거룩하게 맞이하듯이 우린 일생을 거룩하게 맞이합시다. 주님과 교회를 사랑하고, 나와 나의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나의 이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우리에게 선사된 시간을 구원의 시간으로 활용합시다. 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나라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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