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강론입니다.) 오늘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들을 보아라. 나무에 잎이 돋으면 그것을 보아 여름이 벌써 다가온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무에 잎이 돋으면 여름이 다가온 줄 알아라.”는 말씀이나 서리가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들면 겨울이 다가온 줄 알아라 하는 것이나 매 한가지 말일 것입니다. 제가 버리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닐 때마다 꼭 챙겨가지고 다니는 사진이 있습니다. 바로 제 증명 사진들입니다. 어릴 적에는 그냥 재미로 한 장씩 모았고, 커서는 서류 만들 때 필요할 때마다 사진 찍는 것이 싫어서 한두 장 모아두던 것이 지금은 꽤 여러 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증명사진들을 쭈욱 나열해 보면 제 모습이 변화되어 온 지난 시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거울을 한두 번 보면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변화가 한 눈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당신 제자들에게 “나무에 잎이 돋으면 그것을 보아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은 “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나 자신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이렇게 변한 것이 있고, 또 변해 가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대로이고, 마음도 그대로인 것 같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 들어있는 제 모습이 그때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변하였음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아직도 마냥 젊다고 외치고 있지만 사진으로 보게 되는 제 모습은 분명 변화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자신의 모습만이 변해가는 것은 아니겠죠. 제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도 분명 달라졌고, 세상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들과 가치관과 삶을 이해하는 눈도 달라졌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달라졌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으며, 내가 하는 일도 달라졌습니다. 우리 각자는 지금 다른 곳에 와 있습니다. 또한 지금 나의 생각은 어릴 적 생각과는 분명히 다르고, 세상의 가치로 살던 시간과도 다르고, 심지어는 몇 년 전과도 다릅니다. 나무에 잎이 돋아났기에 여름이 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여름이 벌써 다가왔기에 나무에 입이 돋아나는 것이겠죠. 그처럼 내가 변했다고 해서 예수님이 다가 오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예수님이 우리 자신에게 다가오시고 들어오시기에 우리가 변한 것이죠.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는 자신이 있고, 주님이 있고,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비록 우리 자신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잎이 나오는 것을 봐야 여름인 줄 알게 되지만 (사진을 보아야 자신이 변했음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모습이나 생활이나 생각들이 예전과 다르다면 이미 변화 가운데 있는 것이고, 그 변화는 하느님을 향한 변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올 때 하느님의 모습도 보다 분명히 우리 영혼을 채울 것이고, 하느님 나라가 지금 같이 사는 사람들과 지금 자신의 삶 속에서 더욱 더 분명하게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변화를 볼 수 있다”면 알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신과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보라고 예수님이 요구하신다는 것은 주님이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구원 역사의 시간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입니다. 시작하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 시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주변이 변해가는 것입니다. 주님이 바라시기 때문이고, 주님이 그 변화의 한 가운데서 이끄시기 때문이죠. 오늘 하루 그렇게 주님께서 변화시켜 주신 자신의 시간과 삶들을 돌아보며 우리 자신을 당신 나라에 초대하는 그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 주님, 나를 부르시는 주님! 이만큼 살아온 시간과 이만큼 제 주변에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것들을 통해 저를 이루었듯이 이것들을 통해 당신의 나라를 제 삶에 이루게 이끌어 주소서. 아멘.” |
나무에 잎이 돋우면 - 이회진 신부님
2006. 12. 2. 오후 12: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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