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해야 할 것... - 이찬홍 신부님

2006. 12. 2. 오전 11:31:32

글자
나해 연중 34주간 수 루가 21, 12ㄴ-19- 두려워해야 할 것...
복음에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과연 ‘나는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박해를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모욕을 당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님, 언제 제가 주님을 위해 비난과 수모와 모욕을 당했습니까?” 라는 말만 떠오를 뿐입니다.
대신에, ‘아이고, 성당 다닌다고 하면서... 명색이 신부라는 자가 이런 행동, 이런 말을 해도 되는가?’ 라는 부끄러운 일은 많이 생각나지만, 주님을 위해서..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손해 본 것은 수모와 모욕을 당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습니까?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수모나, 박해, 비난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 쉽게 체험되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 말씀은 박해 상황에 대해.. 실제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당할 박해를 미리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예수님을 믿는 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과 미움, 박해를 당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박해 시대가 아닙니다.
그 누구도,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박해하지 않습니다.
서두에서 간략하게 말씀드렸듯이, 여러 잘못과 실수에 의해 스스로 ‘신앙인이 이래도 되는가?’ ‘이런 행동, 잘못을 하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믿는 자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자괴심에 부끄러워할 수는 있지만,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비난받지는 않습니다.

그럼, 오늘 복음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지금은 박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중국이나, 북한처럼 종교의 자유가 없는 곳을 위한 말씀일까요?

살다보면, 신앙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라는 이유 때문에 참고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성질대로, 분한 마음을 다 표현하고 싶지만, 성당에 다닌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믿는 다는 이유로, 한 번 더 참으려 노력하고, 실제 참을 수 있다면, 그 모습이 바로 현재 삶에서 주어지는 박해를 잘 참아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예수님 때문에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한 번 더 용서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예수님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게 된다면, 그 모습 그 삶이 바로 오늘날 우리를 유혹하는 많은 것들을 잘 참고 이겨내는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과거 박해 상황 때만 함께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시며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을 순간순간 적절한 것을 미리 내려 주십니다.
바로, “어떠한 일에도, 어떤 처지에서도 미리 걱정하지 마라.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겠다.” 라는 말씀으로 함께 해 주십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라는 말씀으로 우리의 근심 걱정을 없애 주십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 진정 두려워할 것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요즘 들어 저는 제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어떠한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지 묵상해 보게 됩니다.
제가 걱정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저의 건강을 잃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맺었던 많은 인간관계의 상실도 아닙니다.
저를 여유 있게 하고 도움을 주는 많은 재물의 상실은 더더욱 아닙니다.
늘 나와 함께 살아가시는 하느님과의 관계의 단절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 되어 하느님을 느끼지 못하고 찾지 않게 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박해를 이겨내는 방법과 유혹에 대처하는 여러 방법을 내려주셔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엇을 참고 견디어야 하는지, 진정 무엇을 걱정해야하고, 누구를 두려워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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