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해집시다 - 장재봉 신부

2006. 12. 2. 오전 10:52:11

글자

2006.11.27. 월

 

루카 복음 21장 1-4절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튼튼해집시다     장재봉 신부
“살아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죽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하느님께서는 이제
깨어서 죽어가는 것을 튼튼하게 만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는 초대교회의
큰 나눔의 모습을 “그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사도 4,32) 지냈다는 사실을 루카 사도가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사르디스 신자들에게 살아 있으면서도 허약해서 죽어가게 한 결핍은
무엇이었을까요? 나눔과 봉사에 익숙했던 그들에게 모자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그들의 영혼이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랑이 모자라고 헌신이 모자라서 도무지 예수님을 믿는다 하면서 진실한 복음을
살지 않는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을 따른다 하면서도 결코 십자가를
외면하려는 치사한 신자들 말입니다. 십자가의 무게는 자칫 승리의 그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가릴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십자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니와 솔직히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고, 얼른
‘지금 이 십자가’를 내려놓고 싶기도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가난해서
가진 것이 겨우 두 렙돈 밖에 없었지만, 하느님께 감사의 예물을 드린 과부를
칭찬하셨습니다. 생활비 전부를 바쳐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일은 정말 큰 결단의
십자가이니까요. 오늘 주님과 함께 흰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는 자격은
온 마음과 시간과 정성으로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십자가
점심식사 후 나른한 오후, 2층 기도실에서 졸리운 눈을 들어 벽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시선이 어느새 십자가 너머의
조그만 창문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바람에 잠겨 흔들리는
녹음 짙은 나뭇잎들이 보이는 작은 창문은 마치 자연을 담은 그림 액자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졸음을 깨우는 마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은 때론 무서운 폭우를 쏟아부우며 많은 생명을
앗아간 하늘을 담고 있고, 밤에만 볼 수 있는 달과 별들의 하늘이 되기도
하는데…. 또 산들바람에 몸을 흔드는 나뭇잎들은 겨울이 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는 속성을 품고 있으니,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것이 이렇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 새삼 와 닿았다. 내 좁은 속으로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그 순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시선이 십자가의 예수님께로 향했다. 이제까지 늘 보아오던
십자가의 예수님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초라한
마굿간에서도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기예수님이 보였고, 갈릴래아 호숫가를
주름잡던 청년활동가 예수님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병든 이들을
어루만져주시는 의사 예수님의 손을 만져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말없이
계시는 성모님과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을 만났다. 십자가에 고정되어 있던
예수님이 내 가슴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날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내일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하늘과 나무와 십자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한한
하느님의 사랑을 이제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박 엘카나 수녀 | 강원도 고성군 용촌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과부의 정성어린 헌금 - 한영일 신부님06.12.02조회 33어떻게 봉헌할까? - 김상조 신부님06.12.02조회 32튼튼해집시다 - 장재봉 신부06.12.02조회 33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다.06.12.02조회 33“궁핍한 가운데에서” - 이연희06.12.02조회 33하느님만으로 충분하십니까? - 이재화 신부님06.12.02조회 33* 새 벽 을 여 는 5 분 피 정... 박 유 진 신 부 님 *06.12.02조회 33[묵상] ♥그리스도 체험은 영혼에 쌓인 재를 버리고 사랑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김홍언신부님06.12.02조회 32[묵상] 그리스도인이라 말할때는[캐롤위모]06.12.02조회 34[묵상] 여형이의 분홍색 원피스[이호자수녀님06.12.02조회 32[강론] 섬김의 그리스도 왕[이수철신부님]06.12.02조회 33[강론] 산 이들의 하느님[이수철신부님]06.12.02조회 33[강론] 사랑의 왕권[대구 신학교 박영봉신부님]06.12.02조회 32“너는 나를 너의 왕이라고 믿느냐?" - 하성호 신부님06.12.02조회 32천지대군이신 하느님 - 이찬홍 신부님06.12.02조회 33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 이기양 신부님06.12.02조회 31나해 그리스도왕 대축일. - 조성호 신부님06.12.02조회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