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그리스도왕 대축일.
2006. 11. 26.
토평동.
다니 7, 13-14.
묵시 1, 5ㄱㄴㄹ-8.
요한 18, 33ㄴ-37.
여러분,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얼마 전에 한 청년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예전에 초등부 교사할 때 가르쳤던 청년인데,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청년입니다. 그런데 어느 계기였는지 제가 계속해서 생각이 나더라는 것입니다.(잘해주었던 기억 때문에) 그래서 싸이를 뒤지고 뒤진 끝에 저를 찾게 되었고, 본당에까지 찾아왔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저를 만나게 되었을 때 너무나 반갑고 행복하더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의 만남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에겐 꼭 만나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누구입니까? 바로 예수님이죠.
내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간 사람
내 전부를 사랑하고 간 사람
잊을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지울 수도 없어요. 그러나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
예수님 그 이름 그리스도.
꼭 만나야 할 분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리보기로 만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교회력으로 마지막 주일인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냅니다. 우리 삶의 여정 마지막에서 우리는 그토록 뵙고 싶은 분을 뵙게 되는데, 그분이 바로 내가 차지하게 될 나라의 왕이시라는 것입니다. 만나야 할 분을 만나게 된다면,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분을 만날 수 있다면, 그분이 왕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만나고픈 분이 바로 왕이시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여정이라고 말합니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것이죠. 그 여정인 삶을 걸어가면서 우리는 세상 속에서 여러 가지를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각자 무엇을 중요시 여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랐습니다. 여러 가치가 있는데, 결국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이라는 것입니까? 다 사라지고 결국 예수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살아온 것은 사라질 것이고, 예수만이 남으니 예수를 믿는 이들은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왕이시라는 것은, 그동안 삶에서 다른 것들이 최고인 척했으나 결국 그 삶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고라는 것입니다.
한 해를 지나오면서 한 해를 갈무리하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를 왕이라고 고백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삶의 끝에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존재하신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죠.
“우린 지금 지상에서 여행을 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그게 제법 긴 여행이 될 수도 있겠고, 제 생각보다 짧아질 수도 있겠다. … 이제 내 사전에서 ‘재산’이란 단어를 삭제하자. 그리고 ‘여비’라 부르자. 세상을 건너는 인생길에서 몸을 나르는데 필요한 여비를 벌고, 나머지는 그 길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자.”(한상봉)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그분과 만나는 날, 그분을 왕으로 모시는 것이라면, 우리는 내가 최고처럼 여기는 돈에 ‘재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 것으로만 만들지 말고, ‘여비’라 부르며 꼭 쓸 만큼을 청하고 나머지는 주님께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돈이 최고가 아니라, 명예가 최고가 아니라, 주님께서 최고인 삶을 살기 위해 우리 삶이 여행임을 계속해서 일깨워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여기에 모여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구원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기 때문에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와 그분의 삶을 묵상하고 그분께서 말씀하신대로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 그런데 예수를 믿게 된 배경이 무엇입니까? 예수께서 주신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의 매력에 사로잡힌 사람들인 셈이죠.
그런데 그분의 매력이 무엇입니까? 세상의 가치 기준대로 살지 않고 당신의 가치 기준 즉 하느님나라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이란 다름 아닌 억눌리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위만 바라보고 있을 때, 위에 계신 분이 내려와 아래를 보자고 하신 것입니다. 유유상종이라고 높은 데 좋아하는 사람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돈을 좋아하는 사람, 쾌락을 좋아하는 사람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입니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까? 예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까? 말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까?
우리는 예수의 매력에 사로잡혀 모였고, 나를 본받으라는 예수님의 명령대로 그 삶을 살고자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예수께서 내 삶에 왕따가 되고 있다면? 나는 내 삶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해주겠다고 하시면서 스스로 미끼가 되어 물 밑으로 잠수하셨습니다. 낮게 낮게…. 아래로 아래로…. 우리의 시선도, 우리의 삶도 주님의 복음이라는 바늘에 꿰어 미끼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당신을 먹게 하시며 구원하시는 것처럼, 나를 먹게 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여러분, 여기에 예수께서 벌거벗고 계십니다. 그리고 신하들이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당신 참 멋지십니다. 알랑방구. 자신들은 옷을 껴입은 채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알랑알랑. 혹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저 예수님 앞에서만 알랑거릴 뿐, 자신의 옷은 벗을 줄 모르는 모습. 그분은 당신의 모든 것을 벗어버리며 그 벌거벗은 모습이 바로 왕의 모습이라고, 모든 것을 내어준 것, 겸손한 모습이 바로 왕의 모습이라고 하시는데, 암요~ 그럼요~라고 알랑 거리면서도 정작 자신이 입고 있는 돈과 명예, 이기심 게으름, 질투, 선입견 등등…, 전혀 벗을 줄 모르는 삶이 바로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
꼭 만나게 되어 있는 분. 왕으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면서 그분처럼 삶을 살고 그분의 가치를 배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