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왕, 왕중 왕 - 최경용 신부님

2006. 12. 2. 오전 10: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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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왕, 왕중 왕
 
  한 때 왕자병, 공주병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남들이 자신을 왕자나 공주처럼 섬겨주기를 바라는 병, 즉 자아 높임병이다. 아직도 유럽이나 영국, 일본처럼 왕이 있는 나라가 여럿 있다. 왕이 있기 때문에 왕자병, 공주병이 있는 것이다. 왕정 시대에는 왕이 백성들 위에 군림했다. 그러나 참된 왕은 백성을 섬기며 목숨까지 바치는 왕이다. 참된 왕이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나는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와 있다"(루가22, 25-27)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서 참된 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전설이 있다. 어떤 소년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되려고 길을 떠났다.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돈을 첫 번째로 만났고 다음에는 사람들을 굽신거리게 하는 권력을 만났으며 그 다음엔 건강을 만났다. 다들 강력하였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보게 되자 죽음이 돈도 권력도 건강도 다 빼앗아 갔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은 죽음이라고 여기면서 성당의 장례미사에 참석했다.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해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라는 노래가 그의 심금을 울렸다. 소년은 제단 중앙의 십자가상 예수님을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가시관을 쓰고 죽음의 왕을 물리친 저분이 진짜 왕'이심을 깨닫고 그분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교회력으로 오늘이 마지막 주일이다. 교회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예수님이 우리의 왕이심을 고백하고 왕께 대한 충성과 신앙을 다짐한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진리이신 하느님을 증언하려고 이 세상에 오셨으며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당신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왕국은 자연계의 우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심어놓은 사랑의 왕국이고 진리의 왕국이다. 예수님은 왕이시지만 오로지 봉사와 섬김의 왕이시다.

그리스도 신자가 된 우리 모두는 왕직을 받았다. 왕직은 봉사직이다. 예수님은 봉사와 섬김의 왕직을 강조하기 위해 몸소 종처럼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다. 역대 교황들도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고 부르면서 왕직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아 우리의 왕은 돈도 권력도, 건강도, 죽음도 아니고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한분 뿐이심을 고백하고, 왕자병이나 공주병에 걸리지 않고 섬김의 왕직을 수행하면서 참된 왕, 왕중 왕께 충성을 다하기로 다짐해야겠다.  

 

최경용 베드로 신부 ( 천주교 부산교구 신선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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