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에 다시오실 왕 - 김웅태 신부님

2006. 12. 2. 오전 10: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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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34주일 - 그리스도 왕 대축일

 

새 시대에 다시오실 왕

오늘은 교회 전례로 보아, B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1925년 11월 11일, 교황 비오 11세께서 제정하신 것으로서, 당시에 만연된 세속주의, 무신론적인 현상에 대항하여 그리스도가 온 우주의 질서를 지배하는 구세주이심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께 대해 왕이라는 찬양을 드립니다.  왕이라는 이미지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자기 왕국 내에서 모든 능력과 권세를 행사할 수 있는 분이며, 그러기에 왕은 그의 막강한 권한 행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왕에 대한 이미지도 구별 될 수 있습니다.  왕이 자기 백성들을 잘 지도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선정을 배푼다면, 사람들은 그를 성왕, 인군, 현군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그러나 왕이 국민들의 원성을 외면하고 자기 왕가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국민들을 착취한다면, 그는 왕은 왕이지만 폭군이라고 불리어질 것입니다.  역사상 각 민족들은 씨족, 부족, 종족의 형태에 따라, 각각 그들 나름대로의 왕들을 모셔왔던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폭군이라고 불리어졌던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 혹은 성왕들이라고 불리어졌던, 중국의 요, 순, 우, 탕, 무왕들에 대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요즈음과 같은 현대사회 내에서도 왕을 모시고 있는 국가들이 많은데,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하는 영국도 왕을 모시고 있고, 벨기에, 포르투갈, 태국 등에도 왕들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천자라는 명칭으로, 일본에는 천황, 우리 나라에도 금세기 초까지 왕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체제 속에서도, 왕이 존재하기도 하고, 왕없이 다른 제도로서 다수의 행복을 도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천주교 신자이면서 또 다른 어떤 한 분을 왕으로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왕 이십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할 때, 그분은 왕이셨으면서도, 세상의 보통 왕들과는 다르게, 가난하게 사셨고, 물질적인 부자가 되기를 거부하셨고, 철저히 남의 행복을 위해 사신 분으로 믿습니다.  또한 세상 사람들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속죄의 어린양으로 희생되신 분이셨습니다.  이러한 '속죄의 어린양'이라는 이미지와 '왕'으로서 갖는 이미지가 둘 다 그리스도께 적용됩니다.

우리가 호칭하는 '그리스도'라는 말은 히브리말의 '메시아'라는 말의 희랍어 번역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메시아'라는 말은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왕'이라는 말은 동일한 뜻을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두 언어의 반복 입니다.

구약성서에서, '기름 부은 왕'은 하느님께 선택되어 자기 백성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지혜와 슬기오 용기로서 하느님의 뜻을 이 지상에 실현시키는 일이 주요한 왕의 임무였습니다.  구약에 예언된 종말론적인 예언자를 생각해 본다면, 이 메시아는 우선 '야훼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는 충실한 종입니다'(이스 42, 1 ; 49, 3).  그는 선택 받는 뜻으로 머리에 기름을 발리우고, 야훼의 영을 받고, 참된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만국의 빛이 됩니다.  이사야서 61, 1-3에는 이 메시아 활동이 요약되어 나타납니다 :

   "억눌린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찢긴 마음을 싸매주며,

    포로에게 해방을, 옥에 갇힌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우리의 신앙은 이러한 구약의 이상적인 메시아 활동이 바로 예수의 인격과 업적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신약성서를 보면 예수께 적용된 그리스도라는 칭호가 500여번 나오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주님 이라는 칭호는 350번, 인자라는 칭호는 80번, 하느님의 아들은 75번, 다윗의 후손은 20번, 그러므로 이중에서 그리스도 라는 칭호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신앙은 예수 자신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점에 관한 예수님의 태도를 살펴본다면, 마르 3,11에 보면, 악마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알아보아도 말 못하게 금지하셨고, 5,000명을 먹인 빵의 기적 후에 사람들이 예수를 왕으로 모시려 했을 때, 예수께서는 산으로 몸을 숨기신 사실, 그리고 제자들의 입을 통해서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긴 해도, 그것을 선포하시기를 금하신 것입니다(마르 8, 27-30).

그러면 예수께서 언제부터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드러나셨을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의 죽음을 앞둔 수난 때부터 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그분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다음, 그분이 그리스도라고 선포되기 시작된 것입니다.  초대신자들은 이 신앙, 즉 예수가 그리스도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느님의 업적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은 예수가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는 '야훼의 순명하는 종'으로서 하느님으로부터 높임을 받은 것으로 본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필립비서 2장에서, 바로 이점을 요약하여 전해줍니다 :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 힘을 얻습니까?....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요.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리셔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위와 땅아래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릅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필립 2, 1, 5-11)."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신앙이 있어야만 이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가 앞으로 올 새시대의 메시아(왕)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그의 나라는 종말론적인 성격을 띠며, 앞으로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왕국의 왕이심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분을 믿는 우리는 영원한 왕국의 시민으로 초대받은 것이며, 정의와 공정 그리고 인자한 덕으로 다스리시는 그분의 통치하에 참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인생관이며, 오늘 그리스도를 왕으로서 오시는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뜻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서 주님께서 베풀어 주실 영원한 평화를 고대하며 이 현세를 의미있게 살도록 합시다.  아멘.- (김웅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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