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 이기양 신부님

2006. 12. 2. 오전 10:38:21

글자

<그리스도왕 대축일(성경 주간)>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제 1독서 : 다니 7,13-14 (그의 통치는 영원하리라.)
제 2독서 : 묵시 1,5ㄱㄴㄹ-8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께서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습니다.)
독    서 : 요한 18,33ㄴ-37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제대 앞에 꽃꽂이가 참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도 이 꽃꽂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아시겠지요? 왕관을 멋지게 형상화해 놓았습니다. 이 모습만 보아도 바로 오늘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라는 것을 금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전례력상 올해의 마지막 주일인 연중 제34주일이며, 동시에 그리스도가 왕이심을 선포하는 대축일입니다. 오늘의 가르침처럼 과연 예수님은 우리의 왕이실까요?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우리의 왕이시고 영원한 임금이십니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을 왕으로 소개하는 말씀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루카 복음을 보면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아기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전하면서 바로 그 분이 왕이심을 밝히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루카1,32-33)
   또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메시아를 찾아와서는 헤로데 왕에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2,2)하고 묻습니다. 깜짝 놀란 헤로데는 자기 왕위를 위협하는 존재가 태어났다는 말에 2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는 참상을 저지르지요.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마태2,16)
   요한 복음에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남는 기적을 체험한 백성들이 예수님을 강제로라도 왕으로 모시려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요한6,15)

   오늘 복음에서도 빌라도는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요한18,33)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18,36)고 응답하십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왕은 아니셨지만 분명 우리의 왕이십니다. 다만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 왕국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왕들처럼 화려한 옷을 입거나 번쩍이는 왕관을 쓰신 적이 없으십니다. 수난 후 예수님의 통옷을 사람들이 나누어 가졌듯이 옷이라곤 그 한 벌이 전부였고, 세상의 임금들이 왕관을 쓰며 권위를 드러냈던 것과는 달리 조롱 섞인 가시관을 쓰신 분이셨습니다. 세상의 임금들은 화려한 궁궐과 끝도 없는 영토를 지니고 호사를 누렸지만 예수님은 머리 둘 곳조차 없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8,20)
   예수님은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임금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세상의 임금들이 축복과 환성 속에서 태어났던 것과는 달리 예수님은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동물이나 태어나고 잠자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또한 왕의 주변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고관대작들이 온갖 감언이설로 갖은 찬사와 산해진미를 바친 반면, 예수님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 천대 받는 죄인들만이 넘실거렸습니다.
   세상의 임금들이 권위로 백성을 억누르고 살았다면,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10,43)는 말씀처럼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사셨고 최후만찬 석상에서는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겨 주시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온몸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역사 안에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세상 모든 왕들의 명성과 업적은 다 사라졌지만 예수님은 우리 안에 길이 살아 계십니다. 지금도 예수님에 관한 말씀은 성경으로 기록되어 세상의 역사를 바꾸는 생명의 책으로 남아 있으며,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을 넘어서 우리의 구원자이시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믿고 고백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참 왕이시며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임을 믿고 가르치기 위해 교회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의 임금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왕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넓은 땅과 재산과 높은 권세를 차지하려 애쓰고 그것을 통해 만족을 얻으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삶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먼저 쌀을 한 줌 떠놓고 밥을 하거나, 풍요로운 외식 자리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천 원, 이천 원을 따로 떼어놓는 삶을 삽니다. 사랑과 용서의 왕을 모시며 사는 신자들은 주변에 용서할 수 없고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사람이 있어도 성체를 모시면서 용서할 것을 결심하며 그를 위해 주님께 기도합니다. 이러한 생활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는 신자들의 삶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축복의 삶을 살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 참된 길임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깨우쳐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을까요? 우리의 욕망과 이기적인 마음은 세상의 임금들처럼 권세를 부리며 살아가도록 유혹하는데 어떻게 남을 섬기면서, 더더군다나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살 수 있을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길이 기억되는 분이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입니다. 어린 시절 링컨은 집이 너무 가난해서 초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린 링컨에게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주었고,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 돌아가시면서 유일하게 링컨에게 남겨준 유물이 성경일 정도로 그 가정의 중심은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링컨의 둘째 어머니 역시 성경을 해설하고 가르치는데 소홀함이 없었고, 성경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링컨은 책벌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책 속에서 지혜를 찾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은총을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7,1)는 말씀을 택했고 일생을 하느님 안에서 사신 분입니다. 수도 없는 시련 속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링컨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고, 노예 해방 제도를 만들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역시 그를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만든 것은 성경대로 산 삶입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습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한 번은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게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하며 나가 버렸습니다. 이렇듯 스탠턴이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방부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임명했습니다. 참모들은 이런 링컨의 결정에 놀랐습니다. 왜냐 하면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스탠턴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모들이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당신의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 버려야지요!”
   참모들의 말에 링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과연 링컨은 자기를 미워했던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한 진정한 승리자였습니다. 링컨 박물관에는 링컨의 삶을 이끌었던 어머니의 유물인 성경이 지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살기를 원하는 신자들은 링컨이 그랬듯이 예수님의 말씀을 일생 품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진리의 왕이시며 영원한 왕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중 제34주일은 성경 주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고 따라 살 수 있는 힘을 그분의 삶을 기록한 성경을 통해서 얻습니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따라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길은 성경 말씀을 읽고, 쓰고, 마음에 새길 때에 가능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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