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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왕 대축일2006.11.26. (다니 7,13-14/ 묵시 1,5-8 / 요한 18,33-37)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열을 올립니다. 국민들은 좋건 싫건 간에 정치에 예속되게 마련입니다. 정치가 선진화 되면 국민도 선진화 되고, 정치가 삼류이면 국민도 삼류가 되고 맙니다. 현실 정치가 그만큼 국민을 종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현실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정치가 아니라 실망과 분노와 고통을 가져다주는 정치가 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의 왕이심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왕은 백성들에게 바른 인생길을 펼쳐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나라를 다스리는 분입니다. 왕 중의 왕은 바로 우리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가지셨던 통치이념은 백성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예수님이 왕좌에 앉으실 때 하나는 오른 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놓고 타이르시면서 자신의 통치이념을 아주 분명하게 말씀해주십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2-45). 이를 위해 주님은 화려한 왕관이 아니라 늘 사랑의 가시관을 택하셨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배척받던 죄인들과 창녀들, 온갖 병자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왕이셨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약속하셨습니다. 반면에 당시의 권력가들과 정치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독사의 자식들아!”(마태 23,33)하시며 책망을 퍼부으셨습니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마태 23,4)고 그들을 꾸짖으십니다. 예수님은 “주님이요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는다.”고 하시면서 최후만찬 석상에서 섬기는 왕의 모습을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요한 13,14 참조). 이윽고 섬기는 왕이신 주님께서는 백성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드러내셨습니다. 현 교황님께서는 십자가를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진 그는, 그가 누구인지를, 그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서 드러낸다. 즉 십자가는 자신의 전존재가 온전히 남을 위해 존재하는 삶의 표현이다.”(⌜그리스도교 신앙 어제와 오늘⌟, 222). 결국 예수님은 당신의 왕직을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완성하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백성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길이 무엇인지를 밝혀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예수님은 구약의 이사야 예언자께서 말씀하신 메시아 예언을 성취하셨습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니 섬들도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이사 42,1-4/ 마태 12,17-21). 우리들은 십자가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주님을 참으로 우리의 왕으로 모십니다. 십자가의 기도 때 “주님의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라고 우린 외칩니다. 이제 사랑의 가시관과 십자 나무가 우리를 통해 만 천하에 빛나야 하겠습니다. 1요한 3,16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빌라도가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하고 물었습니다. 이제 주님은 우리들에게 “너는 나를 너의 왕이라고 믿느냐?"고 물으십니다. 주님만이 우리 삶의 왕이심을 힘차게 고백합시다. 우리도 주님처럼 십자가의 사랑을 기꺼이 택합시다. 주님은 이 시간 우리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요한 13,15)고 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