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2006.11.22.
| 루카 복음 19장 11-28절 | ||
|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 ||
| 말이 씨가 됩니다 장재봉 신부 | ||
| 저는 오늘 복음을 펼치면서 “아, 이 말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예수님 말씀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널리 알려진 말씀에는 좋은 해석도 많고 남다른 강론도 많기 마련이기에 솔직히 부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연거푸 복음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지막에 나오는 종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맡긴 한 미나를 없애버린 것도 아니고, 떼어 먹은 것도 아닌데 ‘악한 종’이라는 극단적인 꾸지람을 듣다니요? 역시 그 주인은 백성이 싫어할 만한 위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종이 주인에게 뱉은 말은 곁에서 듣기에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주인을 대하는 종의 어투가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냉혹한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은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신다”니요? 그런 말을 면전에서 듣게 되면 누군들 속상하고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오늘 주인의 답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죄 지은 적이 없다는 너의 말 때문에 나는 너를 심판한다”(예레 2,35)라고 예레미야 예언자도 경고한 바 있지요. 우리 인간에게 창조주 하느님은 상상할 수 없이 엄위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세상은 그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세상은 마지막 심판 날에 심판관이신 하느님을 뵙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따뜻하고 인자하신 아버지이십니다. 오늘 우리의 입에서 나온 이 찬미의 기도가 우리를 하느님의 자비의 품에 안기게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로 심판하실 테니까요. | ||
| 당근이지 | ||
| 우리 집 뒷산은 이제 조금씩 붉은 빛, 황금 빛으로 물들어간다. 그만큼 자연의 이치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겠지. 떨어지는 낙엽마저도…. 그러나 그런 낙엽들과 무성히 자란 잡초들로 인해 공동체는 ‘공동작업’ 이라는 이름을 앞에 놓고 나른한(?) 토요일 오후 앞마당 뒷마당 낙엽, 잡초 제거에 모두가 한자리에 섰다. 오랜만에 움직이는 몸놀림은 여간 부자유스러웠지만, ‘함께’라는 단어만큼은 우리를 힘 있게 만들었다. 돌보지 않은 사이에 훌쩍 커버린 잡초 제거작업. 여기저기 흩날리는 먼지를 마주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마당 쓸고 하늘 한 번 보고, 잡초 뽑고 하늘 한 번 보고…. 알다가도 모를 풀들을 내 손에 쥐고서. ‘이게 정녕 잡초인가?’ 옆에서 풀을 뽑고 계신 수녀님께 여쭈었다. “수녀님! 이거 풀 맞죠?” “당근이지!” 그래! 그럼 뽑아야지. 풀머리를 잡고 뽑는 순간, 웬걸? 초록 풀을 머리로 하고 딸려나온 건 손가락만한 크기에 선 주황빛을 띤 ‘당근’이었다. “수녀님! 풀이라고 하셨잖아요.” “내가 당근이라 했잖아.” 그 순간 수녀님 말씀의 ‘당근’은 야채 당근이였고, 내가 이해한 말은 요즘 흔히 사용되어지는 “맞어”였던 것이다. 한참을 웃었고, 한참을 생각했다. 진실로 하는 말이 참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대로 생각하고 내 느낌대로 느끼며 그 진실을 바라보지 못한 채 보낸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아주 작은 ‘당근’이었지만 오늘 나에겐 “당근”이 “당근”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예수님! 오늘 저 풀 작업 잘했죠? “당근이지!” 김선영 | 서울시 강북구 번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