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복음을 영성생활의 내적 측면에서 상징적으로 묵상해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자캐오가 예수님을 보려고 애썼다는 면과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는 점을
자신의 영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으로 보았고,
키가 작았다는 것과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을
아직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영적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자캐오의 모습을 상정한다면 두 가지 모습,
즉 영적 성숙을 위한 노력은 있는데 내적으로 충분히 성숙되지 못하는 상태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2000년 전 자캐오에게만 있었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신앙인 역시 이런 상태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영적으로 성장하고 진보하는 길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에 있다고 흔히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술을 배우고자 합니다.
기도하는 기술, 묵상하는 기술, 관상하는 기술을 찾아 배우면
더 훌륭한 영성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영적 진보와 성장은 “의식과 깨달음”에 있습니다.
영적인 기교만으로는 온전하게 하느님께 이르는 영적 성장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기도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통달하고,
묵상하는 방법 관상하는 방법을 통달한다고 하더라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보는 힘”과 “직관하는 능력”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기술적이고 기교적인 면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두 가지 면을 오늘 복음과 비교해서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혼자”라는 것입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갖고는 있지만
그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혼자 찾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은 모든 것이 개인주의화 되어 가는 문화적 환경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택배로 주문하면 되고,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인터넷 “다음”이나 “네이버”등의 지식검색에서 찾으면
다 채워줍니다.
개인의 문제마저도 혼자서 위로를 찾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회성 만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캐오의 열망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인데 그가 나무에 올라가 예수님을 본다면
자신 앞을 지나가는 예수님을 그냥 한 번 보는 것이기에
그 만남은 한 번으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의 사람들도 기도와 하느님의 만남이 이런 일회성 만남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의 내적 문제가 생겼을 때만 예수님께 다가가 “위로”와 “평화”를 청합니다.
답답하고 뭔가 해결 안되면 성당에 나가 위로를 찾습니다.
마치 성당이나 예수님이 “박카스”와 같은 “피로 회복제” 역할을 하는 것에 익숙한 것이죠.
예수님은 오늘 이 관계를 뒤집어 놓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진정 당신을 만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이 직접 보여주십니다.
그것은 “관계”, 다시 말해 “만남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입니다.
“자캐오야, 내려오너라.” 하시는 말씀은 우리에게 건네는 말씀과도 같습니다.
영적 발전 혹은 성장을 바라는 근본 이유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캐오나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만남을 이루는 방법을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하나는 예수님이 당신의 길로 우리가 들어오길 고집하지 않고 찾아가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여는 것(개방)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 당신이 부족한 자캐오를 받아들여 같이 지내고자 하는 것처럼
우리도 부족한 다른 이들을 받아들여 “함께 살아갈 때(공동체의 삶)”
비로소 우리는 신앙 안에서 “보는 눈”과 “직관하는 능력”을 올바로 갖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비로소 기도하는 방법, 묵상하고 관상하는 방법들이
하느님을 찾는 기술이나 기교가 아닌 기쁨을 얻게 하는 통로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만나고 영적으로 더 깊어지는 것은 어떤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그분과 세상을 만나는 것에 있습니다.
“주님, 혼자만이 멀리 보고 있다고 자랑하는 어리석음은 탓하여 주시고, 저의 어리석음은 당신 앞에 부끄럽게 하소서. 아멘.”
자캐오야 내려오너라 - 이회진 신부님
2006. 12. 2. 오전 12: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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