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2007-05-03 /죽어서도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 - 한창현 신부님

2007. 5. 3. 오전 10:25:42

글자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2007-05-03  
 
    복      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강     론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문신 중에 손변(孫?)이란 분이 있습니다. 이 손변이 경상도 감찰사로 있을 때입니다. 당시 어느 고을의 수령이 남매간의 송사를 다루었는데 서로의 주장이 너무나 달라 소송을 시작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미결인체로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손변 역시 그 사건을 쉽게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 때문이었습니다. 유언에 의하면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이 아닌 누이에게 주겠다는 내용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남동생의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어찌 아버지가 당신의 재산을 누이 혼자만 독차지하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또 아버지의 깊은 뜻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누이에게는 뚜렷한 증거가 있었는데, 아버지의 유언을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님이 세상을 떠날 때 가산을 모두 저에게 주었습니다. 남동생에게 물려준 것은 검정 옷 한 발과 검정 갓 하나, 그리고 미투리 한 켤레와 종이 한권뿐입니다. 아버님이 직접 쓰신 유서가 있으니 이는 아버님의 뜻입니다.”


고을의 수령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자 손변은 남매를 불러 이렇게 물었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어머니는 어디 있었느냐?” 그러자 남매가 입을 모아 “어머니께서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손변이 다시 “그때 너희들의 나이는 어찌되었느냐?” 하자 누이가 “저는 이미 시집을 갔고 남동생은 아직 어렸습니다.”


손변이 곰곰이 생각하니 아버지는 분명 자식을 똑같이 사랑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남동생에게 물려준 것은 검정 옷 한 발과 검정 갓 하나, 그리고 미투리 한 켤레와 종이 한권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남매를 불러 “부모의 마음은 어느 자식이나 다 고른 법인데, 딸에게는 유산을 주고 아들에게는 다른 것은 준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았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생각해 보아라,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동생은 나이가 어렸다면 동생이 의지할 사람은 누구이겠느냐! 당연이 누나가 각별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자 누이는 각별히 동생을 보살펴 왔다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유서의 내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고 돼 물었습니다.


손변이 말하기를, “만약 아버지가 똑같이 재산을 나누어 주었다면 어찌되었겠느냐? 누이는 동생에게도 재산이 있다고 여겨 동생을 돌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남동생에 대한 누이의 그러한 사랑이 부족하지 않을까를 염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염려대로 분쟁이 생길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아들에게 검정 옷을 입고, 검정 갓을 쓰고, 미투리를 신고, 그 내용을 종이에 써서 관가에 고소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 현명한 관리가 이를 잘 분간해 줄 것이므로 오직 이 네 가지 물건만 아들에게 남겨준 것이다. 이것이 너희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면서 남긴 유언의 뜻이니라.” 그러자 누이와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답니다.

 

세상의 어느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함에 있어 깊이가 없겠습니까? 죽어서도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유언에 남아있는 것처럼, 이니 그보다 더하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인 우리들을 돌보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을 뵙게 해 달라는 필립보의 질문에 예수님은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기 때문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말씀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아버지의 뜻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하고 묵상할 때 더욱 깊은 의미를 드러냅니다. 또한 이웃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드러냅니다.


오늘 하루의 삶을 통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러한 생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요한 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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