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옷을 입은 채 실수를 하는 칠칠찮은 녀석도 있지만,유치원 꼬마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귀엽기만 하다.피아노 소리에 맞춰 악을 쓰는 것처럼 크게 소리질러 노래해도듣기싫지 않고...그 녀석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팝송이나 텔레비젼 광고 음악까지튀어나올 땐 참 신기하기도 하다.머리가 단순한 애들이라 뭐든지 쉽게 배우는가보다.언젠가 유치원 소풍이 있다하기에 따라가 보기로 했다.점심시간이 되어 꼬마들은 여기저기 엄마들이랑 모여 앉아점심을 먹고 있었다.식사를 끝낸 부지런한 애들은 아이스크림, 쥬쥬바를 사먹고 있었다.한 아이가 사먹으면 너도 나도 엄마들을 괴롭혀 꼭 사먹기 마련이라엄마들은 돈을 많이 가져온 듯 싶었다.엄마들의 소풍은 아닐진데 엄마들이 더 예쁘고 간편하게 차려입고와서는 은근히 자기 애들 자랑들을 하는 걸 보면...엄마란 본래가 그런가보다.더워서인지 꼬마들은 대부분 모자를 벗어서 엄마에게 팽개치듯던져 놓고는 달아났고 엄마들은 꼬마의 모자를 손에 들고따라다녀야 했다.하기야 엄마들도 금방 어린애들을 닮아버리는지,남에게 질세라 꼬마를 불러 모자를 일부러 벗기는 극성파 엄마도눈에 띄었다.나는 엄마들 틈에 어울리기도 뭣하고 하여조금 떨어진 정자에 올라가 그들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그때,어떤 꼬마가 내곁에 와서 제 모자로 나를 때리면서
"신부님, 이거 갖고 있어!" 하고 모자를 내밀었다."더운데 모자를 쓰고 있지.. 왜 나를 줘?햇빛이 뜨거워 나쁜데....."하고 안 받을 뜻을 비췄지만,"아이, 그래두 ~ "하면서 억지로 모자를 나에게 떠맡기고는 내려가 버렸다.부득이 나는 그 꼬마의 모자를 맡아 들고는,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으로 우스웠다.얼마 후에 수녀님이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아이들과 엄마를 함께 모이게 하더니 놀이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엄마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뛰어갔다가 되돌아 오면다음 차례의 꼬마와 엄마가 뛰어가는 경기였다.아이들은 그걸 보며 좋아라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내게 모자를 맡긴 꼬마는 중간 쯤에 있었다.그러나 어쩐지 다른 애들처럼 손벽을 치며 응원하거나 떠들지 않고시무룩한 표정으로 서있었다.드디어 꼬마의 차례가 되자 꼬마는 뛰어나갈 생각을 안하고쭈물쭈물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울상이 되어버렸다.그 애 대신,뒤에 있던 꼬마가 엄마 손에 이끌려 달려나가고 있었다.나는 섬뜩한 생각이 들어 얼른 정자에서 내려가그 꼬마에게 달려갔다.나를 본 꼬마는 울음을 참으려다가 다시 터뜨렸다.엄마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꼬마는 더욱 서럽게 울고 있었다.나는 얼른 꼬마를 감싸 안으면서 옆을 쳐다보니어느 할아버지 한 분도 어린애처럼 울고 계셨다.엄마 대신 꼬마를 따라오신 할아버지시란다.할아버지와 꼬마의 눈물을 보면서 비로서 나는...꼬마가 내게 자기 모자를 억지로 맡긴 이유를 알았다.나는 꼬마의 손을 꼭 쥐고는"꼬마야, 울지 마,넌.. 그대신 내가 네 모자 갖고 따라다니잖아?"하면서 내 볼에 꼬마의 볼을 비벼주었다.꼬마의 맑은 눈물이 내 볼에 와 닿았다.갑자기...내 가슴이 찡~ 해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가난한 마음] 중에서 -
[묵상] 꼬마의 모자[김영교 신부님] : 2007.05.02
2007. 5. 3. 오전 10:16:33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