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성실하게 빚갚기[마진우신부님]

2006. 12. 1. 오후 8:13:04

글자

 

우리는 억울한 일을 못 견뎌 합니다. 
특히나 돈에 관련해서는 손해 보지 않으려고 작정을 합니다. 
내가 어떤 몫을 했으면 반드시 그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교회 안에서 어떤 봉사를 했으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돈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라도 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처럼 우리는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 반드시 보상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그걸 되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먼저 진 빚이 있기에 성실히 하루하루 일해서 갚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열심히 일해 하루 일당으로 빚을 갚는 중이기에 힘들다고 
또 밥값을 내놓지 않는다고 투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빚이 청산될 때까지 열심히 갚아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들으면 은근히 화가 납니다. 
열심히 밭을 갈고 양을 치고 돌아왔으면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매정하기도 하십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고 그러고 나서도 스스로를 낮추라고 하십니다. 
억울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우리가 그분께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데 데려다가 죽도록 일만 시켜대니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질 지경입니다. 
하다못해 월급이라도 좀 주던가, 그게 안되면 매일 매일 위로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건만 
하루하루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데도 그분은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나에게 더욱 요구하기만 하십니다. 

과연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 가만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 세상에 자기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모두가 생명을 거저 받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영혼을 거저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서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과 영혼을 우리에게 자본금으로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 우리가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우리의 욕심이 끼어들기 시작하고 
우리는 마치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인양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하느님의 탓이 아니라 우리 삶을 독차지하려는 우리의 탓입니다. 

성실하게 하느님께 사랑의 빚을 되갚아 나가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오늘 화답송에서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약속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대구범어성당 마진우(요셉) 보좌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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