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하성호 신부님

2007. 4. 16. 오전 9: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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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일(사행 5,12-16/묵시 1,9-11.12-13.17-19/ 요한 20,19-31)

 

지난 한 주간 참 아름다운 주간을 보냈습니다. 봄꽃들이 만개한 가운데 우린 주님의 부활을 맞았습니다. 한 주간 되돌아보면 바쁘긴 했어도 참 아름답고 행복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성당 식구들은 거제도의 외도로 부활휴가도 다녀왔습니다. 가는 곳곳에 피어있는 봄꽃들의 축제와 연녹색의 봄 새싹들은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창조주의 위대하심을 묵상하게 하였습니다. 온 누리에 퍼진 봄기운은 피로한 마음을 찬미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신비스런 지렛대 같았습니다.

 

봄기운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지렛대 같다는 생각에 머물다가 삶의 지렛대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아버님 따라 냇가에 고기를 잡으러 갈 때 아버님은 철봉 막대기를 언제나 하나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큰 돌을 움직이면 돌 밑에 물고기가 밖으로 나오곤 하였습니다. 아버님이 그 큰 돌을 움직이시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아버님 힘이 세상에서 제일 세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자라고 보니까 그것이 바로 지렛대였습니다. 지렛대 없이는 꼼짝도 하지 않던 물건도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지렛대 원리는 비단 물질을 움직이는 데만 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도 이 지렛대 원리는 통합니다.

 

저는 어린 아이를 둔 엄마를 만나면 가끔 아가의 손을 꼭 잡고 소리 내어 기도를 하라고 권합니다. 엄마의 기도가 아기의 장래를 움직이는 지렛대라고 말한다면 과연 과한 말이겠습니까? 그런데 아기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기와 함께 기도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렛대의 지혜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가정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를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우리 가정을 움직이는 힘은 기도와 사랑이어야 합니다. 기도와 사랑이 가정을 움직이는 지렛대란 것을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기도와 사랑보다는 욕심으로 가정을 움직이려 합니다.

 

오늘 이렇게 지렛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스의 신앙고백,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신앙고백만이 이 세상을 하느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지렛대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육중한 바위 덩어리처럼 세속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어둠의 세력들이 자꾸만 세력을 확대시키려 합니다. 이 어두운 세상에 하느님의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지 않으면 세상은 멸망하게 됩니다. 악의 세력들은 우리 사회에서 믿음이라는 지렛대를 뽑아버리려 애를 씁니다. 이 악의 세력에 세상을 내어줄 수도 없고,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습니다. 세속화로 치닫는 이 비뚤어진 세상을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지렛대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 고백하는 신앙뿐입니다.

 

주님이 함께 계시지 않는 곳을 우린 지옥이라고 부릅니다. 이 세상에 주님이 계시지 않게 된다면 이 세상은 바로 지옥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반드시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주님이 부활하셔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다는 것이 부활 신앙입니다. 그렇다면 그 주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것입니까? 주님께서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 신앙 고백하는 바로 우리들을 통해서 이 세상에 현존하십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은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주님 현존의 도구이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의 신앙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지렛대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라는 지렛대로, 우리라는 지렛대로 세상을 움직이신다고 생각하면 나의 존재, 우리 존재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나를 통해서 이웃을 만나고, 나를 통해서 병들고 고통 받는 이들의 이마를 어루만지시고, 인생의 무게로 넘어진 이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시고, 나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의 찢긴 마음을 보듬어 주신다면 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 고백하는 우리는 주님의 지렛대입니다. 아무리 하찮은 그릇이라도 그 안에 보석이 담기면 보석함이지만, 아무리 값진 그릇이라도 그 안에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린 세속화의 길을 걷지 말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 고백하는 신앙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따라 마음에 깊이 새깁시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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