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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일 (요한 20, 19-31)
후원회 미사가 끝난 후 뒷마당에서 차를 한잔 할 때 일이었습니다. 최근 지병이 악화돼 실명하신 한 자매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짠한' 마음이 밀려와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웬걸. 제 '짠한' 마음과는 달리 자매님 얼굴은 더없이 평화로웠습니다. 해맑았습니다. '먹고 사느라' 세속에 찌들어 '삭을 대로 삭은' 제 얼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깨끗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기는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반대입니다. 그것 아세요? 신부님, 실명하고 난 뒤로 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하느님께서 제게 육신의 눈을 거두어가셨지만 대신 영혼의 눈을 뜨게 해주셨답니다. 육체의 눈을 감고 영혼의 눈을 떠보니 예수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요즘 저는 오히려 육체의 눈을 감겨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계신 자매님, 그래서 이미 이 세상에서 부활을 사시는 자매님이 진정 부러웠습니다. 하느님 현존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시는 자매님 삶 앞에 제 삶을 비추어보니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운지요. 수도자란 신분에 걸맞게 매일 예수님을 눈앞에 뵙는 듯이 살아가고 싶은데,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알며 조심조심 하루를 살아가고 싶은데 생각뿐이지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토마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따지기 좋아했고 의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토마스가 잠시 외출한 사이 분통터지는 일이 한가지 생겼습니다. 돌아와 보니 다른 제자들은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뵌 기쁨에 어쩔줄 몰라 합니다. 예수님의 발현 소식을 전해들은 토마스는 너무나 원통해서 두고두고 안타까워합니다. "어째서 주님께서는 나만 쏙 빼놓고 다른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까?" 너무도 속이 상한 토마스는 다른 제자들을 향해 볼멘 목소리로 '죽어도 못 믿겠다'고 외칩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분 손과 발에 난 못자국을 일단은 확인해봐야 믿겠다는 토마스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토마스는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께 충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통한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을 간절히 고대하던 하느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충실했던, 그래서 목숨까지 바치기를 원했던 사도 중에 사도였습니다. 언젠가 예수님께서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 홀로 유다 지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실 때 "우리도 함께 가서 그분과 생사를 같이 합시다"(요한 11,16) 하며 다른 제자들을 독려했던 굳은 신앙과 용기의 소유자가 토마스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단 한 가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는 무척 논리적이었기에 꼭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사실들,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험한 일들에 대해서만 믿었습니다. 당시 토마스 마음에는 예수님에 대한 전면적 불신과 야속함, 원망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말이 필요없는 것입니다. 오직 직접 체험, 그것만이 필요했습니다. 토마스의 기질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었기에 그에 합당한 방법으로 그에게 다가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토마스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대로 토마스 앞에 발현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혜로운 일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찾아주시고, 또한 우리를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간절히 찾는 누구에게나 부활체험이란 은혜로운 선물을 안겨주십니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도 토마스처럼 당당하게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활 예수님을 체험하는 일', 그리스도인들에게 이것만큼 중요한 일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번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는 나날, 그분과 감미로운 대화를 재개하는 은총의 부활 제2주간이 되시길 빕니다. 매일 주님을 신뢰하십시오. 매일 주님을 뵙듯이 살아가십시오. 진실로 우리가 매일 주님을 뵙듯이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매일 달라질 것입니다. |
부활 제2주일 (요한 20, 19-31) 매일 주님을 뵙듯이 살아가십시오 - 양승국 신부님
2007. 4. 16. 오전 9: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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