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 2007.4.15./믿음 - 김유철 신부님

2007. 4. 16. 오전 9:24:02

글자

부활 제2주일 2007.4.15.

 

요한 복음 20장 19-31절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믿음     김유철 신부
 

“평화가 너희와 함께!”(20,19).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며 하신
첫 인사말입니다. ‘평화’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품기 위해서는 선행되는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비(非)평화적 요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자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비평화적 요소는 바로 ‘두려움’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20,19).

이 두려움을 예수님은 단숨에 깨뜨려버리십니다.

잠긴 문을 열지도 않고 통과하고 두려움에
굳은 마음을 평화로 풀어주며 부활하신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당신의 건재함을 드러냅니다.

못으로 구멍 뚫린 두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보여줌으로써
의심 없이 믿도록 제자들을 인도합니다. 제자들에게 있어서 이제 두려움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평화가 기쁨을 타고 다가옵니다. 문제는 그때에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였습니다. 그는 다른 동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분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20,25)는
놀라운 말을 합니다. 동료들을 신뢰하지 못함과, 부활에 대한 불신이 손가락을
상처에 넣어보아야겠다는 끔찍한 말까지도 가능하게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21,29).

 
 
 
 친구
 

학교 때도 친했을 뿐 아니라 한동네에 살기까지 해서 장장 육십 년의
우정을 유지해온 친구가 몇 년 전 우리 주위에서 잠적해버렸다.
아이엠에프 나던 해에 부부가 같이 하던 작은 사업이 어렵게 돼 친구들로부터
몇 백만 원씩 빌려 쓴 걸 약속한 기일 안에 갚지 못하게 된 후였다.
나도 몇 백이 걸렸으니 졸지에 빚쟁이가 된 셈이다.

그러나 한 번도 그에게 빌려준 돈을 재촉한 적이 없었는데 잠적까지 하다니.

그가 동창들로부터 빚진 돈을 다 합쳐봐도 이천만 원이 채 안 됐다.

그 정도의 빚을 못 견디고 칠십 노부부가 집도 절도 없이 도대체 어디로 유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딱하고 안쓰러웠다. 나보다 마음이 따뜻한 친구가 그 불편한 마음을 견디지 못했는지
오랜 수소문 끝에 마침내 그의 거처를 알아냈다.

어느 시골에 방 한 칸을 얻어서 기거하고 있는데

의식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고 살고 있더라고 했다.
… 우린 아무도 그에게 빚 독촉을 안 했을 뿐 아니라 갚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안 했다. 그러나 기대에 어긋나게도 금년 봄, 사 년 만에 우리가 빌려준
돈은 각자의 통장으로 정확하게 돌아왔다. … 며칠 전 그로부터 작은 소포가
택배로 왔다. 깻잎 장아찌와 꽃씨와 다음과 같은 짧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여름 음식이어서 남과 나눠 먹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구나, 최대로 싱겁게
담갔으니 꼭 냉장고에 보관할 것. … 어떤 집 담 밑에 피어 있는 접시꽃이
축제 분위기 같이 화려하고 환희심이 들어 너무 좋아서 여기 받아 보내니 심고
싶으면 어디 담 구석에 부려도 좋을 것 같다.” 돈을 갚고 나서 비로소 그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내가 먼저 말을 걸려 해도 혹시 빚 독촉으로 오해하고 놀랄까봐
전화 한 통 못 하다보니 너무 오래 소식을 끊고 살았다. 단돈 천 원도 벌어본
일이 없는 청소년도 몇 천만 원씩 카드빚을 질 수 있는 세상에
그까짓 몇 백만 원 때문에….
박완서 | 열림원 | <호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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