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 직녀 모텔에서 만나다
"이 근처에 여관 있어요?"
"참, 요새 여관이 안보이더라."
"여관이 모텔이잖아요. 그걸 모르셨어요?"
두 달 전에 들어온 영순(54)씨가 남편과 아들을 만나는 날 여관을 물어보았다. 우리 집에는 영순씨처럼 '가족사랑'이 있으면서도 부득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여성도 있다.
영순씨는 열두 살 때 부친마저 잃고 새엄마 밑에서 자랐으나 눈치밥이 너무 싫어 열네 살 때 가출, 이집저집 전전했다. 마흔이 다 되어 식당 보조일을 하던 중 고아로 자랐던 남편을 만나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15년을 함께 지하방에서 살았으나 3년 전부터 월세를 내지 못해 이산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남편은 공장의 경비일과 막일을 하며 경기도 양주에서 알루미늄 창틀로 된 공장 안 1.5평 밖에 안 되는 작은 방에서 4학년짜리 아들을 키우며 책상도 없이 겨우 지낸다고 했다. 그 남편에게서 전화가 세 번째 왔다. 공장의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제가 못나서 안사람을 거기다 맡겨놓고…. 죄송합니다. 아들이 엄마를 보고 싶어해서…."
"영순씨는 그래도 복이 많은 것 같네요. 좋은 남편을 만나서. 그런데 영순씨가 언제부터 우울증 약을 먹었나요?"
"처음 만날 때도 순하기만 하고 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저도 외롭고 애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결혼했지요. 빨리 방을 하나 구해야 하는데…. 직공이 둘 뿐이고 월급도 밀려서…."
우리 식구들은 자기 운명을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자기생애 전체가 이처럼 엉망진창으로 끝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방바닥을 치기도 한다.
'십자가에 삿대질을 두어 번 했기로서니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완전히 포기하실 수 있을까. 자캐오처럼 뽕나무에 올라가 볼까? 이런 내가 왜 악착같이 살려고 할까? 영순씨는 그나마 남편과 아들이라는 사랑의 끄나풀이라도 있지….'
영순씨는 기분이 좋아 남편과 아들을 만나러 가면서 "내일 몇 시까지 들어오면 되지요?"라며 수줍게 물었다.
대답을 못하고 멀뚱하게 영순씨를 바라만 보았다. 삭막한 세상에 자기 식구들 보고 싶어 못 떨어지는데 며칠 몇 달을 안 들어온들 누가 뭐라 할까.
- 김기혜(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여성노숙인센터 '수선화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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