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요일, 보건의 날 2007.4.7./희망 - 김유철 신부님

2007. 4. 7. 오후 7:25:50

글자

성토요일, 보건의 날 2007.4.7.

 

루카 복음 24장 1-12절
 
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으로 숙이자 두 남자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희망     김유철 신부
 
주간 첫날 새벽 일찍 여자들은 예수님이 누워 계신 무덤으로 향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그들을 따르던 제자들과 뒤에서 도움을 주던 여러 여자들에게는
큰 실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기득권 세력의 강한 힘에 두려움을 가지게도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 제자들의 마음속에 살아 계신 예수님은 없습니다.
함께했다는 추억과 더불어 앞으로의 일이 걱정일 뿐입니다. 유다인들이 무서워
무덤에 가 그분의 죽음을 기릴 용기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암흑 속에서 용기를 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뽑아 세운 자도 아니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남자들도 아닌 약자의 계열에 있던 여인들이었습니다.
새벽 남들이 다 잠잘 시간에 용기를 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끝까지
사람의 도리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눈부신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나타나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24,5-6)라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 것입니다. 절망에서 놀라움으로, 이 놀라움은 희망으로
발전해갑니다.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고 그분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그분께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돌아가신 듯 안 계시는 부재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곁에 계십니다. 조금만 더 의지를
가지고 자녀된 도리를 펼칠 때 더욱 더 큰 희망의 은총을 갖게 될 것입니다.
 
 
 
 부부의 기다림
 
기다림은 모든 것을 영글게 하는 묘약이다. 기다리지 못하고 자란 벼는
서리를 맞고 기다리지 않고 떨어진 과일은 설익게 마련이다.
기다림 속에 익는 것은 아내나 남편도 마찬가지다. 설익은 아내, 철없는 남편
모두 이 사람이 왜 내 남편이고 어째서 내 아내인가를 잘 모르는 기다림 속의
인물들이다. 그들은 행복을 기다린다. 성급한 사람은 이런 기다림이 곧 행복일지 모른다고 애써 행복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복은 착각과 다르다. … 기다림이 행복을 향한 길일 수는 있으나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성혼선언문이 낭독되는
순간에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8세 되는 생일날 아침에 확실히 어른이 되는 걸 느꼈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내나 남편은 선언으로 되지는 않는다. 아내나 남편을 만드는 것 역시 기다림이다. 남편이 될 때까지,
아내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언제 아내와 남편이 되는가? 수천수만 마리의 바다 갈매기 중에서도 자길 부르는 아내와 남편의 소리를 알아내는 갈매기의 귀가 생겨야 한다. 그 귀는 고달픈 아내의 살림 걱정하는 소리를 들을 것이며
당나귀같이 무거운 남편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것이다. 더 나이가 들어가면
가랑잎 스치는 듯한 습기 없는 숨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남모르게 흘리는 눈물의 소리마저도 듣게 될 것이다. 언제 아내와 남편이 되는가? 아내의 아기 때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할아버지가 된 남편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 그런 눈은 아내의
흰머리에서 은빛의 온화함과 품위를 볼 것이며 남편의 주름에서 애정의 깊이를
볼 것이다. 걷히는 아침 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행복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으며 아이들 위를 떠도는 먹장구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식사하세요’ 소리가 ‘사랑해요’라고 하는 소리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아름답게 치장한 것보다 팔 걷어붙이고 김치 담그는 모습이 더 예뻐 보일 때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는 것이다.
김창완 | 황소자리 | <이제야 보이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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