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농업인의 날 2006.11.11.토

2006. 11. 16. 오전 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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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농업인의 날 2006.11.11.토

 

마태오 복음 25장 31-40절(선택)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릴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을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저희가 언제?     장재봉 신부
그날 그 자리에서 꼭 주님의 오른편에 세워질 수 있기를 우리 모두는 기대합니다. 우리는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쯤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까요. 헐벗은 이웃을 위해 헌 옷도 모으고, 병문안을
가기 위해 시간을 쪼개는 일도 즐겁게 합니다. 살펴보면 참 많은 분들이
드러나지 않게 봉사하면서 살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선한 사업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자격은 갖추고 계시는지요?
예수님께서는 올바른 자선에 대해서 엄하게 경고하신 바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그날
그 자리에서 예수님의 오른편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행을 까맣게
잊어버린 머리가 나쁜 사람들뿐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기에 복음을 전하고,
내 손이 아니라 주님의 손으로 가난한 이에게 도움을 주며,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주는 그분처럼 생활한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더 주지 못해서 가슴 아픈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날 선행의 증거는 내가 헤아려두고 찍어서 간직했던
행사사진이 아니라, 까맣게 잊고 지낸 ‘그분들’의 증언입니다. “예수님, 바로
저 사람이 나를 도와주었어요!” 하고 소리치는 그분들의 입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유일한 천국행 티켓이며 하늘 나라 시험의 합격증서입니다.
 무소유
그는 우리 회사도 혼자서 잘 찾아와 작품을 내놓으며 발표해달라고도
하셨다. 그럴 때면 원로답지 않게 사뭇 얼굴까지 붉히며 작은 소리로
웃곤 하셨다. 왜 얼굴을 붉힐까, 왜 겸연쩍어(?)하실까, 왜 마음 좋게 웃기만 할까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강한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이렇게 나
혼자서의 그에 대한 호감과 또 그의 문학적 위치로 그에게 나의 작품집 머리말을 부탁드렸다.
그는 시간이 없어 힘들어하면서도 거절하지 않고 써주셨다. 그런데 나는 그때도 또 자그맣게
놀랐었다. ‘머리말’에다 작품의 평까지 써주신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쓰기 위해 나의 작품(교정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읽고
교정을 봐주고 틀린 한자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단어까지도 짚어주셨다.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 그토록 정성을 다할 수 있을까 생각되어 평소에 별스럽지 않게 웃는 웃음도 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겸허하면서도 만인에 대해서는 사랑과 감사와 용서
(만약 용서할 것이 있다면)를 듬뿍 안겨주려는 그런 자세의 웃음이 아닐까 한다.
그는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술을 몇 순배 든 후 호탕한 웃음을 웃으시면서
“사람은 일체의 소유를 다 버려야 해요. 금전의 소유, 권력의 소유, 정신의 소유를
다 버려야 해요.” 앞의 두 가지는 이해가 가나 정신의 소유까지도 버려야 하다니,
그러면 사람은 무엇을 바라고 살 것인가 생각했다.
남이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즐거움, 더 나아가
위해주는 즐거움이 없다면 사람은 삶의 보람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과 허망함이 생겼다. 어떻든 그 문제는 그렇다 하고 나는 그에게서 좋은 것을 배웠다.
그는 지금 외지(外地)에 계시지만 그 훤한 표정에 가만한 소리로 웃는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그 웃음 속에는 열과 성을 다해 좋은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마음에 새겨두지 않으려는 무소유의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김규화·시인구상추모문집 간행위원회 엮음 | 나무와 숲 | <홀로와 더불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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