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6일 사순 제 5주간 월요일[강론] 산소 같은 남자[양승국신부님]

2007. 3. 27. 오전 9:08:40

글자

<산소 같은 남자>

-양승국신부-

요즘 저 같은 열렬한 축구팬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이고 있는 겸손하고 예의바른 축구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유럽 3대 빅 리그 중에 하나인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명문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당당한 주전 공격수 박지성 선수입니다.


그는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유럽 빅리그 선수들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왜소한 체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기다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평발’의 소유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 말리는 주전경쟁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그는 많은 이들의 기쁨이자 희망입니다.

    

이런 그의 활약을 보기 위해 많은 축구팬들은 새벽녘까지 TV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심야에 생중계되는 박지성 선수의 축구시합 때문에 수도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몇몇 신부님, 수사님들도 계신다는 후문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팬들을 매료시키는 비결은 무엇이겠습니까? 그에게는 대명사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산소탱크’입니다. 전 후반 내내 쉴 틈 없이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기 때문에 붙은 애칭입니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강철체력과 놀라운 심폐기능 때문에 붙은 별명입니다.

    

또 다른 면에는 그는 ‘산소탱크’입니다. 그는 언제나 팀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는 여간해서 개인플레이를 하지 않습니다. 득점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다른 공격수들이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거나, 골에 집착하는 반면 그는 늘 팀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는 공을 잡으면 절대로 오래 끄는 법이 없습니다. 부드러운 원터치 패스로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어줍니다. 그런가 하면 공격수로서 수비가담도 뛰어납니다. 그러다보니 감독은 물론 동료선수들,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맨체스터 팬들도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산소탱크’가 많이 필요합니다. 고달픈 삶의 청량제 역할을 담당할 ‘박지성 선수’가 보다 많아져야 합니다.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공동체 분위기를 깔끔히 환기시켜주는 ‘산소 같은’ 분들의 현존이 요구됩니다. 공동체를 위해서 궂은일을 마다않는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사순시기에 맞이하는 가장 큰 축일입니다.


하느님의 인류구원사업을 위해 많은 조력자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 성왕들, 예언자들, 사제들, 신앙과 율법의 전수자들...그리고 더 가까이 내려와서는 안나와 요아킴, 엘리사벳과 즈카르야, 세례자 요한, 그리고 마침내 요셉과 마리아!


마리아는 구세주 강생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어쩌면 가장 큰 조력자, 가장 직접적인 조력자였습니다. 메시아 탄생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 마리아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모든 것이 희미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지만, 그저 하느님께서 원하시니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예’하고 순명하신 마리아의 소박하고 순수한 신앙이 인류구원을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큰 인물’ ‘저명인사’ 존경받는 유명인사의 어머니로 처신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어떤 분의 체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아들의 유명세로 인한 기쁨도 큰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들, 말 못할 어려움 만만치 않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마리아 개인의 삶은 사실 끝났습니다. 세상의 모든 신부들이 누구나 그려보는 신혼생활의 단꿈, 평범한 주부로서의 소박한 생활도 물 건너갔습니다. 아쉽지만 구세주 강생을 위해 마리아는 모든 인간적인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자신의 몸과 마음, 전 생애를 하느님께 빌려드렸습니다. 아니 돌려드렸습니다.


이런 마리아의 아낌없는 헌신, 생애 전체를 통한 봉헌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인류 구원 사업은 아무런 무리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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