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2007.3.26.월
루카 복음 1장 26-38절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교회의 모습 허찬란 신부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라는 대목에 시선을 멈추어봅니다.
이 세상에 오시는 구세주의 탄생 예고 안에 삼위일체 신비가 나오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어떤 영감을 받고 이런 천사의 알림을 넣었을까요?
주님 탄생 예고 자체가 삼위일체 신앙고백 안에서 생각되어야 할 부분인 것은
이 예고 자체가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대답했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여종 마리아의 응답을 들으셨습니다. 성령, 성부, 성자의 소식을
전한 가브리엘 천사 앞에서 두려움과 떨림 속에 조용히 응답한
마리아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가장 훌륭한 신앙인의 모범입니다.
교회의 모습,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은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일입니다. 머리로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이지만
겸손하면 우리 마음에 하느님이 찾아오신다는 사실입니다.
흐림, 맑음
요즈음 내 몸과 마음의 기상 상태는 ‘흐림.’
오늘 오후엔 기분도 전환시킬 겸 뒷산엘 올랐다.
비가 온 뒤라 산길이 조금 미끄럽긴 해도 맘껏 빗물을 들이마신 나무들의
포만감이 상쾌한 바람결로 전달되어 내 걸음은 어느덧 가벼워진다.
산 중턱쯤에 다다르자 어린 꼬마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산 밑에 위치한 놀이방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하에 씩씩하게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을까,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내 염려가 무색할 만큼
너무 잘 걷는다. 그런데 맨 뒤 여자아이 한 명만이 대열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체구가 크고 걸음걸이가 늦다.
짝꿍인 듯한 아이가 기다리다 못해 저만큼 먼저 가서 뒤를 돌아본다.
뒤처진 아이가 있는 힘껏 달려와 함께 걷는다. 하지만 또다시 뒤처지고
짝꿍은 다시 기다린다. 갑자기 아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미현아, 빨리 와!”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 친구를 부르는 아이들의 함성이
맑은 합창이 되어 산속 곳곳에 울려퍼진다.
놀이방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배우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이 한껏 흐린 내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요즈음 나의 흐린 기상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함으로, 사랑으로, 배려로 다른 이를 향해 가슴창을 활짝
열어젖혀야만 축축한 내 안의 탁한 공기가 상쾌한 공기로 바뀌어
‘맑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김사비나 | 편집부
